닫기

글로벌이코노믹

"X 가짜뉴스·베팅마켓 여론조작이 민주주의 위협"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X 가짜뉴스·베팅마켓 여론조작이 민주주의 위협"

머스크·폴리마켓發 허위 정보 확산에 유권자 불신 심화
"진실과 거짓 구분 못해", 유권자 54% 정치 참여 포기

가짜 뉴스와 미국 정치의 위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가짜 뉴스와 미국 정치의 위기. 사진=로이터
미 대선이 불과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짜 뉴스 확산과 조직적 여론조작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소유한 X(옛 트위터)를 통해 퍼지는 가짜 뉴스와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 벌어지는 조직적 여론조작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최근 액시오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디지털 혐오 대응센터(CCDH)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가 올해 X에 게시한 선거 관련 허위·왜곡 정보가 약 12억 회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의 투표권을 조작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7억4000만 회나 노출됐다. 머스크의 1억9000만 명에 달하는 팔로어 수를 고려할 때 대선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마켓에서는 더욱 조직적 여론조작이 진행되고 있다. 6월 이후 개설된 4개의 수상한 계좌가 3000만 달러(약 411억원)를 투자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 투자자가 베팅사이트 인트레이드(Intrade)에서 약 700만 달러를 투자해 밋 롬니의 당선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롬니 웨일' 사건과 유사한 조작 시도로 보고 있다.
허위 정보 확산은 이미 미국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4%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어 정치 참여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젊은 층(18~29세)의 언론 신뢰도는 2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불신이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폴리마켓의 여론조작이 트럼프 진영의 '선거 도둑질'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최근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관련 음모론이 응급구조대원들의 활동을 방해한 사례는 허위 정보가 초래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더욱 정교해진 가짜 뉴스 제작과 확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자체 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예를 들면, X의 '커뮤니티 노트' 시스템은 머스크의 허위 정보에 대해 단 한 번도 팩트체크 라벨을 부착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 판세를 좌우할 중도층과 부동층의 동향이 주목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유권자들의 언론 신뢰도는 2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허위 정보와 여론조작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특히 경합주들에서 1~2%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조직적 허위 정보 유포와 여론조작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폴리마켓에서는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베팅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주요 경합주 유권자 투표 성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허위 정보와 베팅사이트의 조직적 여론조작이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거짓된 집단 인식'은 민주주의 제도가 상정한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투표권 행사'라는 대전제를 무력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이러한 선거 개입은 그 진위를 가리기 힘들고 파급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민주주의 방어기제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교묘하고 치명적인 도전에 직면한 미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