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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종룡의 1년 7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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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임종룡의 1년 7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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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금융부 기자
재작년 연말 금융권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 종료를 맞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돌연 용퇴 선언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확산됐고,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도 갑작스레 용퇴를 선언한 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정권과 가까운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우리금융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금융도 농협금융에 이어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회장이 차기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관피아 논란은 더욱 거셌다.

관피아, 낙하산 논란에 반감이 큰 금융권이지만 임 회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융사들의 과점주주 체제로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우리금융이 이번 기회에 '외부 수혈'을 통해 쇄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우여곡절 끝에 우리금융 임종룡호가 출항했고,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면서 전임 회장이 못 이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새 회장 취임 이후에도 우리금융 내부에서 끊이지 않은 금융사고와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은 임 회장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외부 출신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넘도록 무엇을 한 것이냐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고, 일각에선 이복현 금감원장이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전 회장이 퇴임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그룹 안팎의 여러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손 전 회장의 연임보다는 외부 출신 수혈이 필요하다는 당시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손 전 회장의 연임이 이뤄졌다면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임 회장은 과거 농협금융 회장을 맡았을 때도 관피아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이 임 회장 재임 시절 조직이 안정되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현재는 농협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정부와 밀접한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관피아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임 회장 덕분에 자리 잡았다는 후문이다.

일단 임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여론은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으로 무게 추가 옮겨지는 모양새다.

임 회장이 취임한 지 이제 1년 7개월이 지났다. 남은 임기는 1년 5개월이다. 좋은 관피아는 없다지만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그의 말을 한 번 더 믿어줄 수 있는 시간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