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국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러한 실적 호조에 힘입어 GM은 2024년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30억~150억 달러에서 140억~150억 달러로 상향했으며,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도 105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큰 폭 상향했다. 특히 3분기에만 58억 달러의 강력한 잉여 현금흐름을 기록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3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과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GM 주가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9.8% 급등해 주당 53.73달러를 기록했으며, 연초 대비 약 3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하락세를 보인 포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약 160억 달러 규모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은 시가총액 550억 달러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규모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GM은 상반기에 2억1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1억3700만 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제이콥슨 CFO는 "아직 실질적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이 지역의 판매는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의 미래 청사진은 전기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미시간주 워런에 배터리 셀 개발 센터를 설립하는 등 핵심 기술 내재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전환 전략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8억 달러의 보조금 지원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 전환 전략의 핵심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다. GM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Ultium Cells)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테네시주 스프링힐, 미시간주 랜싱 등 총 3곳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SDI 역시 GM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GM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안정적 수요처 확보와 장기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합작법인 형태의 협력은 단순한 공급계약을 넘어 기술 개발과 혁신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IRA 정책에 따른 현지 생산 요건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공장들이 건설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는 비용 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GM의 전기차 전략은 럭셔리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메리 바라 CEO는 "EV에 대한 고려가 주류 시장보다 럭셔리 고객들 사이에서 훨씬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캐딜락 라인업에서 4종의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으며, LFP 배터리 도입 확대와 함께 300마일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 쉐보레 이쿼녹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 원가절감을 위한 기술 혁신도 진행 중이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GM의 전망 업데이트와 결과를 "불확실한 시장을 헤쳐나가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CFRA 리서치의 개럿 넬슨 애널리스트는 하이브리드 차량 부족으로 인한 단기적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과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자본 지출로 인한 잉여 현금 흐름 저해 우려를 제기했다.
바라 CEO는 "강력한 재무성과와 함께 역대 최고의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진보를 승리로 착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사업에서의 이윤 개선과 함께 전기차 사업의 조기 수익성 확보라는 투트랙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GM의 기업가치는 현재의 보수적 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