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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I·금융·통신' 아시아 디지털 혁신 중심지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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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I·금융·통신' 아시아 디지털 혁신 중심지로 도약

5000억 달러 GDP 달성 향한 대담한 도전
디지털 허브 전략, 글로벌 빅테크 투자 러시에 탄력

싱가포르, 아시아의 용으로 거듭 성장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아시아의 용으로 거듭 성장한다. 사진=로이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작은 거인' 싱가포르가 인공지능(AI), 금융, 통신 삼각편대를 앞세워 아시아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GDP의 65%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2023년 4870억 달러였던 GDP를 2030년까지 5000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금융산업이 성장의 주축이다. LSEG 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금융산업의 GDP 기여도는 지난 50년간 5%에서 14%로 급증했다. 자산운용규모(AUM)는 2023년 4.7조 달러를 기록해 홍콩(4.2조 달러)을 제치고 아시아 2위로 올라섰다.

특히 프라이빗뱅킹 수탁자산이 3.2조 달러를 기록하며 스위스(2.9조 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 프라이빗뱅킹 허브로 부상했다. 이는 대표 주가지수인 스트레이츠 타임스 지수에서도 확인되는데, 금융주 비중이 2014년 34%에서 2024년 현재 53%로 증가했다.
AI 혁신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의 7.4억 달러 AI 투자 발표 이후 구글(5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억 달러), 엔비디아(2억 달러)가 잇따라 AI 연구센터 설립을 선언했다. 여기에 챗GPT로 AI 혁명을 주도하는 오픈AI도 2024년 말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을 발표하며 가세했다. 오픈AI는 싱가포르가 1인당 챗GPT 사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며, 'AI 싱가포르' 이니셔티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생태계 구축을 가속할 계획이다.

특히 구글의 1만 명 규모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싱가포르의 기술 주도권 확보에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통화청(MAS)도 양자 컴퓨팅과 AI 프로젝트에 7436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금융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고 CNBC가 전한 바 있다.

통신 인프라의 혁신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싱텔을 중심으로 한 통신사들은 34개 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브리지 얼라이언스 API 교환(BAEx)을 통해 아시아 전역의 통신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준 BAEx의 일일 데이터 처리량은 15페타바이트를 돌파했으며, 5G 기반 디지털 금융거래의 80%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혁신 드라이브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 2024년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싱가포르는 뉴욕·런던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AI 주도 성장으로 싱가포르의 연간 GDP 성장률이 2025년부터 최소 1.5%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아시아 금융·기술 패권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대거 싱가포르를 아시아 AI 거점으로 선택한 것은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는 '금융-AI-통신' 삼각편대로 무장한 싱가포르의 디지털 허브 전략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무엇보다 금융·통신·AI를 융합한 싱가포르의 성장 모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발전 방정식을 제시한다. 특히 프라이빗뱅킹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싱가포르의 금융 혁신 사례는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API 기반의 통신 혁신과 AI 기술의 결합이 한국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BAEx를 통한 아시아 통신 네트워크 통합이 보여주듯, 개방형 디지털 인프라는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서 싱가포르의 가치가 강화될 것이란 점이다. 2030년 5000억 달러 GDP 달성을 목표로 하는 싱가포르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현지 AI·금융 생태계 참여를 통한 아세안 시장 공략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과 디지털 혁신의 파고 속에서 싱가포르와의 전략적 협력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