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설립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핵심 책무를 수행해야 할 연준이 차기 정부의 정치적 압박과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이라는 이중고에 놓일 전망이다.
최근 배런스(Barron's)의 분석은 이러한 우려를 구체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하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무소속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가부채가 최소 4조 달러에서 최대 7.8조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연준의 독립성 문제다. 형식적으로 해리스 진영은 "연준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필요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두 진영 모두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해리스의 대규모 소득재분배와 주택구매 지원 정책은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으며, 트럼프의 경우는 직접적인 정책 개입 의지까지 표명하고 있어 1913년 연준 설립 이래 견지해온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근본 가치가 양방향에서 도전받고 있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연착륙이라는 미묘한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의 소득재분배 정책은 소비 진작을 통한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트럼프의 관세인상과 이민제한 정책은 공급망 교란을 통한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을 각각 야기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두 후보의 정책 모두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이미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특히 파월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 '그림자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실제 정책 시행을 지켜본 후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또 다른 월가의 전문가도 "금리인하 시기와 폭이 시장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독립성 약화는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기반으로 한 연준의 정책 신뢰도는 미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다. 이것이 훼손될 경우 미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경제·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대선 결과와 함께 연준의 독립성 수호 여부, 새로운 경제정책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연준의 정책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글로벌 금융질서 수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부각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