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한 미군의 전략적 수송 능력과 함정 운용 능력 부족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서, 이는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 국방부 수송사령부(Transcom)가 현재 보유한 44척의 정부 소유 수송선박 중 28척이 향후 8년 내 퇴역을 앞두고 있으며, 대체 함정 확보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군사 물류 취약성이 단순한 수송능력 문제를 넘어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특히 태평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 시나리오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만은 하와이에서 8000㎞ 이상, 캘리포니아에서 1만㎞ 이상 떨어져 있어 화물선이 태평양을 건너는 데만 약 3주가 소요된다. 이는 대서양을 건너는 데 소요되는 2주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이러한 지리적 제약은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전력 투사를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전의 특성상 개전 초기 72시간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주라는 수송 시간은 전략적 대응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의 대함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이 수송선단을 위협할 경우, 미군의 전략물자 수송은 더욱 지연되거나 차단될 위험이 있다.
중국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 상업 선적업체, 외국 항구 시설, 전 세계 화물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분쟁 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 2017년 미국 해사국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분쟁 시 필요한 자격을 갖춘 선원이 최소 13%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 부족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미군은 대안 마련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 수송사령부는 민간 해운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격주로 진행되는 기밀 브리핑을 통해 업계와 소통을 늘리고 있다. 또한 홍해를 횡단하는 상선에 보안 통신 키트를 갖춘 군 직원을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근본적으로 미국의 군사 물류 및 해군력 약화는 1920년 제정된 '존스법'에서 기인한다. 미국 항구 간 운송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미국 선원이 운항해야 한다는 이 법은 미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켰다. 실제로 미국의 줌월트급 구축함 건조에는 약 10조원이 소요되는 반면, 유사한 급의 한국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1.2조원에 건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8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이런 배경하에 미 해군은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시장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 해군 함정의 수리에는 평균 3~4년이 소요되며, 이는 실전 대비 태세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화오션이 거제조선소에서 첫 미 해군 함정 수리를 시작했으며, HD현대중공업도 MRO 사업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한미동맹을 통한 신뢰성이 있다. 현재 전 세계 조선산업에서 중국이 50%, 한국이 25%, 일본이 15%의 점유율을 보이지만,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의 함정 건조 및 수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미 해군의 새로운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MRO 시장은 단순한 수리 서비스를 넘어 첨단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현대전에서 함정은 첨단 전자장비와 무기체계가 집약된 복합 플랫폼이며, 이를 정비하고 수리하는 기술은 미래 조선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향후 존스법 개정을 둘러싼 미국 내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상풍력, LNG 운송 등 신산업 분야에서 이 법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부분적인 개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군사 물류와 해군력 취약성은 글로벌 안보 구도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한국 조선업계의 도약을 위한 전략적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한국 방산·조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