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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수렁에 빠진 유럽, 재정건전성 강화가 성장동력 약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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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수렁에 빠진 유럽, 재정건전성 강화가 성장동력 약화 초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인플레이션 직격탄
EU 27개국 경제성장률 0.8% 전망
극우 정당 부상·EU 결속력 약화로 정치·경제 이중고

유럽 경제가 멍들고 있다. 회생 가능성 찾아야.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경제가 멍들고 있다. 회생 가능성 찾아야. 사진=로이터
유럽 경제가 심각한 성장 둔화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 충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주요국들이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긴축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유럽 경제 성장 동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24년 유로존의 실질 GDP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2.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세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격차는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GDP는 팬데믹 이전 대비 10.7% 증가한 반면, 프랑스 3.7%, 영국 2.9%, 독일은 0.2% 증가에 그쳤다.

현재 유럽의 주요국들은 전례 없는 재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520억 달러 규모의 증세안을 발표했고, 프랑스는 650억 달러의 긴축 계획을 제시했다. 독일은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 제약으로 인해 2024년 예산을 1.6% 삭감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유럽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프랑스는 2029년까지 EU의 재정적자 기준인 GDP 대비 3%를 맞추기 위해 긴축을 지속할 계획이다. 영국 역시 재정건전성 회복에 최소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긴축 기조는 불가피하게 유럽 시민들의 구매력 약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긴축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OECD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복지 축소와 세금 인상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평균 3.5%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의 생활수준 하락이다. 특히 에너지 빈곤 가구가 EU 전체 가구의 15%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에너지 가격 불안정성, 중국 경제의 둔화 등 대외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긴축 정책으로 인한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서 유럽 경제의 "퍼펙트 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