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매년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데, 해당 비용이 4분기 판관비에 반영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별 지주별로는 KB금융의 판관비가 지난해 3분기 누적 4조7239억원에서 올해 4조8729억원으로 3.2% 늘었고, 신한금융(0.09%↑), 하나금융(3.5%↑), 우리금융(3.4%↑) 등도 일제히 판관비가 늘었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들의 판관비 축소 흐름이 올해부터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보유한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빨라진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로 인해 조직 슬림화에 집중하면서 판관비를 줄여왔다.
KB금융의 판관비는 2019년 6조2710억원에서 2021년 7조2010억원으로 늘다가 2022년 6조6440억원, 2023년 6조6470억원 등 6조원대로 내려왔다. 우리금융도 2022년 9조8460억원에 달했던 판관비가 2023년 9조8370억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경영효율성 지표는 일제히 개선됐다. KB금융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6.5%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p) 개선됐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각 1.2%p 내린 37.9%, 39.5%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1.1%p 내린 39.5%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같은 CIR 개선세는 향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매년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데, 해당 비용이 4분기 판관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로 호황을 누리면서 비용절감 노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가파른 영업이익의 증가로 경영효율성 지표가 개선되면서 무리한 인건비 절감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또 금융당국이 은행 공공성 이유로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적자 점포 폐쇄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금융지주들의 호실적이 경영을 잘했다기보다 경기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을 확대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계속 갈아치워 왔고, 금리 인하 기대로 3분기부터는 이자이익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금리를 더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CIR 관리가 쉬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이익을 더 확대하기는 어렵지만 급격한 감소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되는 만큼, 지금보다 고정비용 축소 노력이 강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