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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배치,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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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배치,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 예고

북한군 8000명 러시아 전선 투입 임박...전혀 새로운 지정학적 갈등 부상
중국의 영향력 약화와 미·중 간 새로운 협상 국면

북한군의 세계 전장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북한군의 세계 전장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북한군의 러시아 전선 투입 임박 소식이 동북아 안보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8000여 명의 북한군이 포병 및 보병 작전 훈련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에 심각한 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 북한과 함께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공유해왔으나, 북한의 실질적 참전은 중국의 지역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제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역 분쟁 차원을 넘어 글로벌 안보 위기로 확대되는 결정적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 측에 모스크바와 평양의 '도발적' 행동 억제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4년 들어 북-러 간 고위급 교류는 40회를 넘어섰으며, 이는 북-중 교류의 4배에 달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교신량보다 푸틴 대통령과 3배 많은 서신을 교환했다는 사실은 북한의 전략적 중심축이 이미 러시아로 기울었음을 시사한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역내 동맹 구도의 재편 조짐이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호크 미사일 지원 검토와 NAT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향력 확대는 중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중국의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갈래로 예측된다. 우선 대북 경제 지원 조절을 통한 압박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으로서 지위를 활용할 수 있으나, 이는 북한 체제 불안정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다음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대만 문제나 첨단 기술 수출통제 완화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조건으로 대북 압박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 강화가 있다.

현실적 관점에서 미중 협상 카드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른다. 대북 경제 압박은 이미 러시아로 기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며, 중재자 역할은 서방의 對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반면, 미중 협상은 양국 모두에게 실익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양국은 최근 고위급 비공개 접촉을 통해 이러한 방향의 타협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이 같은 정세 변화 속에서 세 가지 전략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러-북 군사동맹 강화에 대응한 억지력 확보다. 둘째,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중 관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셋째, 북한의 전략적 중심축 이동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동북아 안보 구도의 근본적 재편이 맞물리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선택은 미중 관계와 동북아 질서 재편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한반도의 안보 환경과 대외관계의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