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농업은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의 혁신으로 각광 받았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는 이를 미래 식량 위기의 해결사로 주목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대표적 수직농업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이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최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 화려했던 등장, 냉혹한 현실
지난주, 7억 달러 이상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했던 미국의 수직농업 스타트업 '바워리(Bowery)'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021년 중반 2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피델리티로부터 3.2억 달러를 투자받았던 기업의 몰락이다. 이는 에어로팜스와 앱하베스트의 파산에 이은 또 하나의 실패 사례다. 이들 기업은 각각 5억 달러, 4.7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2023년 연이어 파산했다.
수직농업은 실내에서 LED 조명과 수경재배 기술을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날씨와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작물 생산이 가능하고,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39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 25.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왜 무너지나
바워리의 실패는 수직농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높은 운영비용이다. 전기료, 인건비, 설비 유지보수 비용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둘째, 소비자들의 외면이다. '더 깨끗한' 농산물이라는 프리미엄 가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일반 농산물보다 2~3배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를 꺼렸다.
셋째, 과도한 부채 부담이다. 바워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2년 초 KKR로부터 1.5억 달러의 부채를 추가로 조달했고, 이는 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됐다.
◆ 동아시아에선 다른 이야기
흥미로운 점은 같은 수직농업이라도 지역에 따라 성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스프레드(Spread)'는 흑자를 기록 중이며, 싱가포르의 수직농장들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인성테크, 플랜티, 프리제닉스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농협과 협력한 파밍하우스는 2023년 기준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중국은 알리바바가 투자한 산스푸가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규모 수직농장을 운영 중이며, 2023년 기준 일일 생산량 8톤 규모를 달성했다.
한국의 실내 스마트팜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32.6% 성장해 1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며,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 수직농업을 핵심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100개 이상의 대규모 수직농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각국의 정책과 시장 환경에서 비롯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직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높고 농지가 부족한 아시아의 특성상, 수직농업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다.
◆ 미래는 있는가
전문가들은 수직농업 자체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 수직농업의 장점은 분명하다.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생존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의 결합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LED 기술 개선과 자동화 고도화로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고부가가치 작물에 집중하거나 B2B 시장을 공략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도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초기 설비 투자 지원, 운영 보조금, R&D 지원 등이 있어야 산업이 안정화될 수 있다.
수직농업은 여전히 미래 농업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혁신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