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흑자는 2024년 10월까지 총 785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무역흑자가 내수 부진 속에서 달성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가 회복되지 않자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EU 시장에서는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제품의 공급망을 장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EU의 전략적 자율성 정책과 충돌하며,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중국의 수출 드라이브 강화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 등이 직접적인 경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와 중국의 자국 기업 보호정책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 심화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높이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2024년에는 순유출이 예상되며, 위안화 절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글로벌 통화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특히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아시아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중국이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출 경우, 한국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들도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 이후 위안화 가치는 이미 7.3위안대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를 이끌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이다. 중국에서 외국인직접투자가 순유출로 돌아설 경우,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허브들의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신흥국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심지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사용이 늘어날 경우,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수출국들은 이미 환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EU와 신흥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세계 경제는 이제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경제 블록화가 심화될 전망이며, 특히 탈탄소화 정책과 맞물려 무역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동남아·인도 등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망 자립도 제고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