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 구성을 위한 파격적 인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국방·정보 수장 지명이 미국 안보체계와 글로벌 질서에 미칠 파장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과 15일(각각 현지 시각) 잇따른 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국방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의 극단적 성향과 군 지도부 개편 시도가 초래할 위험성과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털시 개버드의 돌출적 행동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폭스뉴스의 간판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 강경론자로, 특히 그의 저서 "전사에 대한 전쟁"에서는 현 합참의장과 해군작전사령관의 리더십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군 내 다양성 정책을 "좌익의 군대 장악"이라며 전면적인 개혁을 주창하는 등 미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사라고 신문은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미국 본토를 넘어 동맹국들의 안보 체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 전문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지휘체계 변화 가능성과 한미동맹 재조정 등 한반도 안보 구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이번 인선의 파급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정보국장 지명자인 털시 개버드의 이력은 더욱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민주당 하와이주 하원의원 출신인 그녀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필요한 전쟁 반대'를 주장하며 트럼프와 유사한 외교안보 기조를 보였고,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MAGA 운동에 합류했다. 특히 시리아 국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혐의를 받던 아사드 정권을 옹호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 미국 주류 안보정책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선이 단순한 인사교체를 넘어 미국의 군사·정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전사위원회' 구성 계획은 군 지도부 대규모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어, 미군의 지휘체계와 작전수행 능력 약화가 우려된다.
트럼프의 이 같은 파격적 인선은 자신의 첫 임기 때 군과 정보기관이 보여준 독립적 태도와 저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이들의 극단적 성향과 전문성 결여에도 불구하고 '충성심'과 '기존 체제 혁신 의지'를 우선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안보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반도의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버드의 권위주의 체제 옹호 성향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라는 현 정책기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헤그세스의 군 지도부 물갈이 시도가 주한미군 사령관 교체로 이어질 경우,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 실행력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도 차질이 예상된다. 개버드가 일본의 재무장을 비판하고 미일 갈등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강화 기조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의 대중 전략에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여, 독자적 군사력 증강과 다자간 안보협력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미 상원의 인준 과정에서는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들의 극단적 성향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최소 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반대만으로도 인준이 무산될 수 있다. 군과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이미 동요 조짐이 감지되며, CIA 고위 인사들의 사직 움직임과 동맹국 정보기관들의 정보공유 축소 검토는 미국의 글로벌 정보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안보체계 재편 움직임은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동맹국 신뢰도 하락은 달러 기반 국제 금융질서와 첨단기술 통제체제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는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어, 경제안보 전략의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내 안보 라인 재편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치밀한 대응전략 수립은 물론, 독자적 정보수집 및 분석 능력 강화, 주변국과의 다자안보협력 확대 등 다층적 안보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