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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타협하겠다"...유력 독일 차기 총리 메르츠의 실용주의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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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타협하겠다"...유력 독일 차기 총리 메르츠의 실용주의 행보 주목

기업가형 정치인, 독일 경제 위기 속 미국·중국과 새 관계 모색

독일 총리, 기업가 출신 메르츠로 바뀌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총리, 기업가 출신 메르츠로 바뀌나. 사진=로이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에 직면한 독일이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기업인 출신의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내년 2월 총선에서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독일의 경제 회복과 대외관계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6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메르츠는 과거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방위 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독일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랙록 독일 회장을 지낸 메르츠는 독특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변호사로 시작해 독일 최대 기업들의 이사회를 두루 거쳤고, 다이아몬드 DA42 프로펠러 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정도로 과감한 성향의 소유자다. 30년간의 정치 경력과 성공적인 기업인으로서의 경험은 그의 큰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 기민당(CDU) 내 권력 다툼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패배한 후 오랜 기간 정치를 떠나 있던 부유한 기업인 메르츠는 16년 동안 독일을 이끈 메르츠 총리와 스타일과 정책 면에서 정반대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 경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9년 이후 제조업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높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독일연방은행에 따르면 2024년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위기 속에서 메르츠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아틀란틱-브뤼케의 전 회장으로서 미국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해 왔다. "미국에서의 오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한다"는 그의 발언은 이 맥락에서 주목된다.

특히, 메르츠는 트럼프가 공약한 10~20% 수입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과 방위 분야에서 새로운 협상을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거래에 열려 있고 경제력을 존중한다"며 협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츠의 경제정책은 전임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기업 보조금과 구제금융을 강조했다면, 메르츠는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친시장적 기후정책을 주창한다. 재정 보수주의자로서 그는 엄격한 재정규율을 지지하면서도 복지보다 투자를 우선시하는 유연한 접근을 보인다.

중국에 대한 입장도 주목할 만하다. 메르츠는 "중국이 국내에서는 억압적이고 해외에서는 공격적"이라며 독일 기업들의 대중국 의존도 축소를 강조한다. 그는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독일의 지정학적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메르켈과 숄츠의 대중국 노선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다만, 메르츠의 리더십에는 과제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개인 지지율은 25%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에 비해 10%포인트 뒤처져 있다. 또한, 극우 정당인 AfD와의 연대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중도좌파와의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츠 도전이 독일 정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의 기업인 출신 이력과 실용주의적 접근은 독일이 직면한 경제 위기 극복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독일의 수출 중심 경제를 어떻게 지켜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메르츠의 리더십 전환은 유럽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친시장적 개혁과 실용적 외교노선으로 선회할 경우, 이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메르츠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 회복과 대외관계의 균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하는 시험대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