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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평화 드라이브에 흔들리는 우크라이나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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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평화 드라이브에 흔들리는 우크라이나 전선

유럽, 전쟁 피로감 속 평화협상 불가피론 확산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추진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추진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추진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전쟁 피로감에 시달리는 유럽에서는 평화협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러시아와 타협할 것을 우려해 평화협상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병력과 무기 부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불가피한 현실적 대안으로서 평화협상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의 '강한 미국' 기조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한 점이다. 다만 젤렌스키는 푸틴과의 직접 대화가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트럼프 진영의 핵심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평화협상에 더 수용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영국과 유럽 군대의 개입, 800마일 길이의 완충 지대 설치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평화 구상을 준비 중이며, 취임 전에도 협상을 시작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 여론은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는 영토 일부 포기를 통한 전쟁 종식을 지지하는 국민이 32%로, 1년 전 14%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국제공화당연구소(IRI)가 최근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전쟁 승리를 확신하고 있으며, 71%는 모든 영토 수복을 요구하고 있어, 전쟁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의가 여전히 강고함을 보여준다.

유럽의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는 2년 만에 처음으로 푸틴과 전화 통화를 갖고 전쟁 종식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숄츠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강조하며 러시아의 협상 의지를 촉구했다.

현재 논의되는 평화협상안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20년간 NATO 가입 보류와 러시아의 추가 침공 방지를 위한 서방의 군사 지원 강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의 현실화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푸틴이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설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유럽 국가들 간 입장차도 여전히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은 이런 평화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약 120발의 미사일과 90대의 드론을 동원한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전망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평화협상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러시아의 양보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같은 핵보유국들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미국의 지원 감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힘을 통한 평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안에 평화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최근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점과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영토 수복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쟁 피로도가 누적되는 양측 모두가 협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평화협상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최소 1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세계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서방의 적극적인 재건 지원과 함께 유럽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전제로 한 대규모 경제 지원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러시아는 현재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첨단기술 접근 제한과 에너지 수출 감소 등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 모멘텀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국과 인도 등 우방국과의 교역 확대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평화협상 타결 시 단계적 제재 해제와 함께 에너지 수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와 곡물 시장의 안정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지만, 러시아의 국제 질서 복귀 과정에서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평화협상 타결이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 과정의 불확실성은 장기 투자 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