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기록적인 자금 유입을 보이며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1월 14일(현지 시각) etf.com 보도에 따르면, 특정 지수나 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 시장은 2024년 들어 총 909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1조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이러한 급성장세를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가 뱅가드 S&P500 ETF(VOO)다. VOO는 올해에만 93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개별 ETF 연간 유입액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ETF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전망이다.
ETF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투자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 etf.com의 글로벌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금융자문사의 65% 이상이 포트폴리오 내 ETF 비중 확대를 계획했으며, 개인투자자 절반 이상도 향후 6개월 내 ETF 투자 확대 의향을 밝혔다. ETF가 이제 투자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운용 전략의 전환이다. 금융자문사의 75%가 향후 6개월 내 적극적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 ETF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며, 절반가량은 이미 포트폴리오를 액티브 전략으로 재구성했다. 단순 지수 추종에서 벗어나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ETF 시장이 진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주식시장 상승세, 혁신적 신상품 출시, 투자자들의 금융지식 고도화가 맞물리며 ETF 시장을 확장시켰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ETF를 통해 기술·원자재 등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규모도 급팽창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 100조 달러 중 ETF는 2024년 3분기 기준 11조 달러로 11%를 차지한다. 2010년 1조 달러, 2020년 7조 달러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ETF 자산의 70%가 집중돼 시장 변화를 주도한다.
한국 ETF 시장도 도약기를 맞았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은 71조 원으로, 2020년 말(45조 원) 대비 58%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거래도 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시장지수 추종형이 주류지만, 최근 액티브 ETF도 속속 등장하며 상품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ETF 시장의 진화가 투자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진입장벽이 낮아져 금융 민주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액티브 ETF 성장으로 수수료가 높은 전통적 뮤추얼펀드 입지가 축소되고, 섹터·테마별 투자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자본시장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장통도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암호화폐 관련 ETF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불확실성이 큰 신흥 분야보다 검증된 전통 섹터를 선호하는 투자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ETF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러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저변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