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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470억 달러 인수전, 글로벌 유통 공룡의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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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470억 달러 인수전, 글로벌 유통 공룡의 격변 예고

M&A 과정서 드러난 동서양 기업문화 충돌과 유통산업 대변혁 조짐

일본 도쿄의 편의점 세븐 일레븐 매장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의 편의점 세븐 일레븐 매장 모습. 사진=로이터
일본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인수 경쟁으로 글로벌 편의점 산업이 거대한 지각변동의 기로에 섰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일본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47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글로벌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쿠슈타드는 지난 8월 390억 달러에 세븐일레븐을 인수하겠다는 첫 제안이 거절당하자 인수금액을 47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응해 세븐일레븐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인 세븐앤아이의 이사카 류이치 CEO는 2030년까지 매출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독자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창업자 고 이토 마사토시의 아들인 이토 준로가 비공개 전환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인수안을 제시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의 충돌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쿠슈타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세븐앤아이의 대립은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의 본질적 차이를 드러낸다고 WSJ는 지적한다.
1927년 댈러스의 사우스랜드 아이스 컴퍼니로 출발해 1946년 세븐일레븐으로 회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1991년 일본 이토요카도 그룹에 인수된 후 19개국 8만5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스즈키 토시후미가 이끈 일본식 경영방식 도입 후, 1982년부터 실시간 판매 데이터 기반 첨단 재고관리 시스템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혁신적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의 슬러피(2023년 1억5300만 개 판매), 일본의 주먹밥, 태국의 카레 등 각국의 특색 있는 상품 구성은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세븐일레븐의 강점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경영에 있다. 일반적인 매장은 3000평방피트 공간에 약 3000개의 상품을 진열하는데, 각 지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 구성을 실현한다. 또한, 12개 이상의 식품 공급센터를 통해 지역별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신선식품 판매를 확대하며 2023년 기준 미국 식료품 시장의 2%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며 위기를 맞았다. 2024년 북미 450개 매장 폐쇄를 결정했고, 담배 판매는 2019년 이후 26% 감소했다.

1980년 몬트리올 외곽의 단일 점포로 시작해 31개국 1만68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쿠슈타드는 세븐일레븐 인수로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의 신선식품 사업 노하우를 획득해 자사 매출의 12%에 불과한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을 둘러싼 이번 인수전은 글로벌 소매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주주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가치, 효율성과 정체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