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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지속 성장 비결, 스티브 잡스의 '기능' 중심 조직 체계"...삼성은 '제품'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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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지속 성장 비결, 스티브 잡스의 '기능' 중심 조직 체계"...삼성은 '제품' 중심

캘리포니아의 애플 캠퍼스2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캘리포니아의 애플 캠퍼스2 전경. 사진=로이터

애플의 지속 성장 비결이 스티브 잡스가 1997년 도입한 혁신적 조직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런스(Barron's)는 25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잡스의 기능 중심 조직 체계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플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잡스의 혁신적 조직 개편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우리는 나가서 많은 전문 경영진을 고용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며 기존의 제품 중심 조직을 과감히 폐지했다.
그는 모든 총괄 매니저를 해고하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마케팅 등 주요 기능별 부서를 신설했다. 각 부서장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었고, 보너스도 개별 부서가 아닌 회사 전체의 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다.

UC 버클리 경영대학의 제니퍼 채트먼 교수는 "기능별 조직구조는 각 부문의 심층적 전문성 유지와 새로운 트렌드 포착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는 아이팟과 아이폰 같은 혁신적 제품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각 부서가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다른 부서와의 자연스러운 협업을 통해 통합적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 애플과 삼성전자의 조직 구조 비교


애플의 기능 중심 조직과 삼성전자의 제품 중심 조직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기능 중심의 조직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전사적 차원의 협업을 촉진하고 각 기능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DX(소비자가전), DS(반도체), SDC(디스플레이), 하만(음향기기) 등 제품 중심의 사업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각 사업부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신속한 시장 대응을 가능케 하지만, AI와 같은 범용 기술이 모든 제품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애플의 기능 중심 조직이 보여주는 통합적 혁신 역량이다. 예를 들어, AI 기술을 전사적으로 적용하고 확산하는 데 있어 기능 중심 조직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사업부제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기술 분야에서 애플식의 기능 중심 협업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실적을 보면 이러한 조직 구조의 영향이 드러난다. 1998년 이후 애플의 연평균 성장률은 17%, 삼성전자는 10%를 기록했다.

물론 두 기업의 규모와 사업 영역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232개의 자회사와 수십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종합 전자기업인 반면, 애플은 18개의 자회사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직원으로 운영되며 소비자 IT 기기와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기능 중심 조직이 보여주는 통합적 혁신 능력과 신속한 기술 확산 체계는 삼성전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 AI 시대의 조직 구조와 미래 전망


AI 시대를 맞아 애플의 기능 중심 조직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고 있다. 2024년 6월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AI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시리(Siri)의 대폭적인 개선과 AI 기능의 전면적 강화를 포함한다.

현재 애플의 AI 부문은 전 구글 AI 수석 존 지아난드레아가 이끌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 기술 요소가 아닌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AI 모델을 탑재하면서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하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통한 생산기지 다변화, 리쇼어링 검토, AI 기반 공급망 관리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AR/VR 기기와 자율주행 기술 등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능 중심 조직은 각 부서의 전문성과 협업을 통해 빠른 혁신을 가능케 하는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애플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이 실현되면서 미중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관세 인상을 공약했다. 이는 중국에 주요 생산기지를 둔 애플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애플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시대에는 기능 중심 유연한 조직이 기술 혁신과 부서간 협업에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사업부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혁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성공은 조직 구조가 기업 혁신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AI 시대를 맞아 이러한 조직 구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