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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소니, AI 카메라로 영상 제작 혁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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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소니, AI 카메라로 영상 제작 혁신 나서

캐논 'AI 멀티 카메라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 한 명의 작업자가 최대 5대의 카메라를 동시 제어 가능케 해

캐논 사옥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논 사옥 전경. 사진=로이터

일본 카메라 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상 제작 현장의 인력난 해소에 나섰다. 캐논과 소니는 최근 다중 카메라 제어 시스템과 가상 배경 합성 기술을 선보이며 영상 제작 자동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캐논이 개발한 'AI 멀티 카메라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은 한 명의 작업자가 최대 5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 고단샤 본사 옥상에서 진행된 시연에서는 한 명의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여러 대의 카메라를 조화롭게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AI 기반 자동 인식 기술이다. 카메라가 촬영 대상의 뼈대 구조를 분석해 출연자를 식별하고, 상대적 위치와 움직임을 자동으로 포착한다. 메인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카메라들도 자동으로 동일한 각도와 줌 비율을 유지한다.

캐논 이미징 사업부의 마에다 코헤이 부장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서로 통신하며 협업하는 시스템은 업계 최초"라며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실제 촬영 장면과 가상 배경을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컴퓨터로 생성된 도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활용해 스튜디오에서도 현장감 있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급증하는 영상 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글로벌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은 2024년 177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제작 현장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TV아사히의 모리야마 아키노리 기술부장은 "콘텐츠 양이 증가하면서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프로그램 수도 늘고 있다"며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NEC는 한발 더 나아가 AI 아나운서 개발에도 성공했다. 실제 사람을 기반으로 한 아바타가 80개 이상의 언어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이미 TV아사히 오키나와 지역 방송국이 도입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혁신이 영상제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력난 해소와 제작 효율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

한국 방송·영상 업계가 일본의 AI 기반 제작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캐논과 소니가 선보인 다중 카메라 제어 시스템과 가상 배경 합성 기술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제작 현장에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관계자는 "K-콘텐츠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작 인력 부족이 심각한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제작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 제작사들의 어려움이 크다. 한 독립 제작사 대표는 "대형 방송사나 제작사와 달리 중소 제작사들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기반 자동화 기술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고 있으나, 전문 인력 증가율은 5%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술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AI 영상 제작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자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도 중요하다.

둘째, 현장 인력의 AI 기술 활용 교육이 시급하다.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셋째, 중소 제작사를 위한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고가의 장비 구입이 어려운 중소업체들을 위한 임대·지원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관계자는 "2025년까지 500억 원 규모의 'AI 콘텐츠 제작 지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특히 중소 제작사들의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도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술연구소장은 "자체 AI 기반 제작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부터 시범 적용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K-팝과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다중 카메라 제어 시스템은 복잡한 무대 촬영을 효율화할 수 있으며, 가상 배경 기술은 제작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업계는 이러한 기술 혁신이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제작 효율성 향상은 곧 콘텐츠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