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기업 간 도입 속도의 현저한 차이가 주목받고 있다.
9일(현지시각) 배런스는 보도를 통해 AI 채택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비대칭적 현상을 심층 분석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과 밴더빌트, 하버드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2%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반면, 기업의 도입률은 6.1%에 그쳤다. 이는 과거 기술 도입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PC 도입 시대에는 고가의 하드웨어 구매가, 인터넷 시대에는 모뎀 설치와 월 이용료 지불이 필수였다. 반면,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들은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거나 몇 달러의 구독료만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낮은 진입 장벽이 개인들의 빠른 AI 도입을 이끌고 있다.
현재 AI 서비스 시장은 챗GPT가 29%로 선도하고 있으며, 구글 제미나이가 16%로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사용자층이 컴퓨터, 수학, 금융 등 전문직의 젊은 고학력자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74%가 하루 15분 이상을 AI와 함께하며, 주로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에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신중한 행보는 보안, 규정 준수, 업무 프로세스 재편 등 복잡한 고려사항에서 비롯된다. 박스의 CEO 아론 레비는 이러한 현상이 2010년대 초반 클라우드 스토리지 도입 과정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도 직원들이 먼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이후 기업이 공식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패턴을 보였다.
산업별로는 뚜렷한 격차가 관찰된다. 정보 기술 부문이 21%로 가장 높은 도입률을 보이는 반면, 숙박·음식 서비스는 1.5%에 머물러 있다. 이는 업종별 디지털 전환 역량과 AI 활용 가능성의 차이를 반영한다.
시장 경쟁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오픈AI 독주로 여겨졌던 시장은 이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의 도전으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AI 서비스가 전통적인 검색 시장까지 위협하면서, 디지털 생태계 전반의 변화가 예고된다.
앞으로의 정책 환경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2025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따라 AI 규제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며, 미·중 기술 경쟁 심화는 글로벌 AI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관점에서는 AI 기술 기업들의 실적이 단기적으로는 개인 사용자 증가세에, 장기적으로는 기업 도입 속도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별 AI 도입 격차는 기업 가치 평가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도입의 '개인 선도, 기업 후행' 패턴은 기술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AI 생태계는 개인의 실험적 활용과 기업의 체계적 도입이 균형을 이루며 성숙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환기에 기업들은 신중함을 유지하되, 변화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