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도구 기업 시놉시스의 사신 가지 CEO가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제품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맞춤형 칩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가지 CEO는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10년간 시장이 진화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로 실리콘을 맞춤화해야 한다"며 "더 많은 자동차·산업 기업이 칩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자동차 기업들이 이미 맞춤형 칩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최종 제품 차별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선택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전기화와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를 맞아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 향상을 위해 맞춤형 칩 시스템 설계를 선도하고 있다.
시놉시스의 매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 기준) 매출은 사상 최대인 6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시스템 기업들의 수요가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가지 CEO는 "세계가 '퍼베이시브 인텔리전스' 시대의 여명기에 있다"며 "자동차, 소비자, 산업 부문 기업들이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놉시스는 AI 도입으로 2025년 엔지니어링 생산성이 10~15%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표명했다. 시놉시스는 인도에 6000명, 대만에 1500명, 아르메니아에 1000명의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 팀을 600명으로 확대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산업재건 움직임과 인도의 공급망 다각화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대만과 한국이 확립한 반도체 공정·제조 기술은 매우 복잡해 쉽게 복제할 수 없다"며 "이들 국가가 계속 번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놉시스 CEO의 전망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화와 자율주행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맞춤형 반도체 기술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가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며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제품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히 반도체를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설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자동차 산업과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용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가속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자체 설계 역량 확보와 함께,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