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대러 제재를 주도해 온 EU가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실리 앞에서 결국 실용주의 선택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이 신문은 EU의 이중적 태도로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과 EU 간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현상의 핵심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 에너지 컨설팅사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러시아산 LNG는 미국산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해 대규모 LNG 수출 터미널 건설을 추진했으나, 높은 건설 비용과 운송 비용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U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것에 대비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를 통한 아시아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야말 LNG와 사할린 LNG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LNG 수급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로 한국은 더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LNG를 확보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압박이 강화될 수 있어, 한국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시장인 중국과 EU 등의 수요 변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감축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무역 제재와 연계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