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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인도의 에너지 안보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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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인도의 에너지 안보 판도 바꾼다

GDP 23.96% 차지하는 에너지 수입...러시아·미국·중동 삼각구도 속 실리외교 가속

인도 뭄바이의 전기 철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뭄바이의 전기 철탑.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석유 수요 증가국으로 부상한 인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 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에너지 증산과 러시아 제재 강화 가능성이 인도의 에너지 수급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에너지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수입 비중이 23.96%에 달하며, 2023~2024 회계연도 순 석유 수입 비용은 961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4~2025 회계연도에는 이 비용이 104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전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45%를 인도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러시아·베네수엘라·가이아나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가 적극 확보함에 따라 2024년 회계연도 들어 러시아가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러시아 로스네프트와 130억 달러 규모의 10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공급 안정성을 확보했다.
동시에 인도는 에너지 자립도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5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 석유·가스 탐사 생산을 확대하고, 2025년까지 가솔린의 에탄올 혼합 비율을 20%까지 높이기로 했다. 2023년 발표한 국가 그린수소 미션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50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 능력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러한 인도의 에너지 전략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안정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시 인도의 현재 에너지 수급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인도는 미국 에너지 기업 인수와 사우디 아람코 지분 투자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인도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압박은 한국의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에너지 수입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2025년 이후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 중동을 잇는 삼각 구도 속에서 더욱 정교한 에너지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 부문이 중앙정부 세수의 1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인도는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의 균형을 위해 수입처 다변화, 자급률 제고, 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도의 에너지 전략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각국 에너지 안보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