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60원선까지 내준 상황에서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하가 고환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변수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1.50%포인트(p)까지 좁혀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다시 1.75%p로 벌어져 원화 가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내년 1월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통상 환경 악화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 중반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한은이 1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국내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도 내수 약화로 한은의 내년 금리인하를 앞당기고 인하폭도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한국 경제는 정치적 충격에 직면해 있다"면서 "완화 사이클이 앞당겨지고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HSBC 역시 "한은이 내년 1월·4월·7월 세 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장 전망에 있어서는 여전히 하방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도 3연속 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는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내년 성장 하방 위험이 커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3연속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 된다.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연 5.25%에서 2.00%로 낮췄다.
다만 환율이 3연속 인하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내년 1월 금리를 내리면 현재 1.5%p인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다시 1.75%p로 벌어진다.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원화 가치 약세로 작용할 수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종가(1452원)보다 4.4원 오른 1456.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457.4원까지 치솟으며 146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50원이 무너지면서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 지 단언할 수 없는 데다 강달러 기조가 내년에도 더 맹위를 떨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수준 그리고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노력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지난 11월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도 유상대, 장용성 금통위원은 외환 시장을우려해 금리 동결을 제시한 바 있고, 11월 금통위 당시와 비교해 환율이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두 금통위원의 환율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