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명과 중국 업체 부상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일본 자동차 산업이 대규모 합병으로 재도약을 모색 중이다.
배런스는 23일(현지시각) 혼다와 닛산이 2026년 8월까지 공동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연간 매출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닛산은 1911년 마사지로 하시모토가 설립한 마쓰야자동차제작소가 시초로, 1914년 닛산 브랜드로 첫 자동차를 생산했으며 1933년 현재의 닛산 자동차가 공식 설립되었다. 2023년 기준 약 31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으며, 특히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는 1937년 소이치로 혼다가 설립한 혼다기연공업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생산했으며, 1963년에 첫 승용차를 출시했다. 2023년 기준 약 42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하이브리드 기술력과 미국 시장에서의 높은 브랜드 가치가 강점이다.
이번 합병은 토요타(1050만대), 폭스바겐(950만대)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그룹 탄생을 예고한다. 연간 생산량 약 730만대 규모로, 현대자동차그룹(720만대)을 제치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게 된다.
합병의 핵심은 전기차 시장 경쟁력 강화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과 안정적 재무구조, 닛산의 전기차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결합으로 테슬라와 BYD 등 신흥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양사는 R&D 비용 3%, 생산원가 3%, 관리비용 5% 절감이라는 구체적 시너지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합병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닛산의 경우 르노와의 기존 제휴 관계 정리가 과제이며, 일본과 프랑스 정부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양사의 상이한 기업문화와 브랜드 정체성 유지, 글로벌 생산기지 조정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
시장은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발표 후 혼다 주가는 13%, 닛산은 24% 상승했다. 다만 월가는 과거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 실패 사례를 들며 단기 성과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중 갈등과 트럼프의 재집권은 새로운 변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합병은 미국 시장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 CEO는 주요 시너지 효과가 2030년 이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100년 만의 자동차 산업 대전환기에 이뤄지는 이번 합병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경쟁 구도 형성과 기술 혁신 가속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