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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시장, 대형에서 소형으로 선호도 변화...고물가가 소비 지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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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시장, 대형에서 소형으로 선호도 변화...고물가가 소비 지도 바꿔"

소형차·소형 SUV 23% 급증, 대형차 판매 첫 감소... 아시아 브랜드 수혜

수입 중소형 자동차가 미국 뉴저지 주 뉴 어크 항구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수입 중소형 자동차가 미국 뉴저지 주 뉴 어크 항구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대형차 선호' 현상이 급격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도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구체적인 판매 통계로 확인된다. 모터 인텔리전스의 자료에 따르면, 혼다 시빅, 닛산 센트라 등 소형차 판매가 올해 23% 이상 증가한 반면, 대형 픽업트럭과 중형 SUV 판매는 각각 1.9%와 2.3% 감소했다. 특히 소형 SUV를 포함한 소형 차종의 시장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 22%에서 27%로 크게 상승했다.

시장 변화의 핵심 요인은 자동차 구매·유지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다. J.D. 파워에 따르면 신차 평균 판매가격이 4만5000달러(약 5900만원)를 넘어섰고, 보험료와 수리비용도 크게 올랐다. WSJ 보도에 따르면, 중형 SUV와 대형 SUV의 경우 소비자들은 각각 평균 4만8000달러(약 6300만원)와 7만6000달러(약 9900만원)를 지불하는 반면, 소형 SUV는 2만9000달러(약 3800만원) 수준이다.

차량 유지비용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보험업계 자료에 따르면, 대형 SUV의 보험료는 소형차 대비 30~80% 높게 책정되며, 연료비와 정비 비용까지 고려하면 연간 유지비용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형 SUV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단의 연비와 승차감, 적정 수준의 실내 공간을 갖추면서도 가격이 3만 달러(약 4350만원) 미만인 소형 SUV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시아 브랜드들이 이러한 변화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토요타, 혼다 등은 경쟁사들이 소형차 생산을 중단할 때에도 2만5000달러(약 3600만원) 미만의 경제형 모델을 유지해왔다. 마쯔다3, 혼다 HR-V 등이 두 자릿수 판매 증가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한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새로운 변수다. WSJ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 부과 시 멕시코산 소형 SUV의 경우 현재 가격보다 평균 7000달러(약 910만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멕시코에서 베뉴, 셀토스 등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생산기지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경우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차량 구매 시기를 늦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한다. 연비 규제 강화, 환경 의식 증가, MZ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리며 소형화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2035년까지 새로운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결정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소형차 라인업 강화와 함께 전기차 전환 전략도 가속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대형화'에서 '친환경 소형화'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