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각)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연례 경제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1980년 이후 비교 가능한 통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22년 3만4112달러에서 2023년 3만3849달러로 감소하였지만, 한국은 2022년 3만4822달러, 2023년 3만5563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일본은 OECD 38개 회원국 중 22위로 추락했는데, 이는 1980년 이후 최저 순위다.
특히,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이탈리아(3만9003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에 그쳐 미국(25.9%), 중국(16.8%), 독일(4.3%)에 이어 4위로 밀렸다.
일본의 GDP 하락은 엔화 약세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내각부는 환율을 달러당 140.50엔으로 가정했으나, 1~11월 평균 환율은 151.30엔을 기록해 GDP 수치를 더욱 끌어내렸다. 독일은 2023년 명목 GDP 4조52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일본(4조2100억 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노동 생산성 저하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생산성센터에 따르면 2023년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56.80달러로 OECD 회원국 중 29위에 그쳤다. 일본경제연구소(JCER)는 일본의 노동 생산성이 한국과 대만에 크게 뒤처져 있다며 기업들의 재교육과 디지털화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JCER은 대만이 2024년 1인당 명목 GDP에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도 경제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일본 가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5년 안에 버블 경제 세대가 모두 60세 이상이 될 것"이라며 "노인의 노동 공급을 제한하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1인당 GDP에서 일본을 2년 연속 추월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일본의 사례는 고령화와 생산성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선 환율 변동이 국가 경제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GDP 하락이 엔화 약세에 크게 기인한 것처럼, 한국도 원화 가치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다. 일본이 노동 생산성 저하로 경제 하락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도 디지털 전환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통한 생산성 혁신이 시급하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동 생산성 향상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고령화 대응, 생산성 향상, 산업 혁신 등 구조적 과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과제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