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 자본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수십 년간 아시아 최대 IPO 시장이었던 중국을 제치고 인도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인도가 2024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딜로직과 KPMG 분석에 따르면, 인도 국립증권거래소는 나스닥과 홍콩증권거래소를 제치고 상장 가치 기준 세계 주요 거래소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배달 플랫폼 스위기는 약 10억 달러,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은 30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완료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상장 기업들의 다양성이다. 전통 제조업체부터 핀테크, 이커머스, 친환경 에너지 기업까지 폭넓은 산업 분야에서 기업공개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특정 산업에 편중된 나스닥이나 홍콩거래소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인도의 견고한 경제 성장과 자본시장의 성숙이다. 특히 "투자의 민주화"로 일컬어지는 국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두드러진다. 코탁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V 자야산카르 매니징 디렉터는 "인도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활발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증권계좌 수는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30대 이하 젊은 투자자들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모바일 투자 플랫폼의 보급으로 농촌 지역의 투자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반면 중국 IPO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딜로직 집계 결과, 중국 본토의 1·2차 상장 가치는 2023년 480억 달러에서 2024년 75억 달러로 86% 감소했다. 다만 홍콩 시장은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러한 급성장에도 위험 요인은 존재한다. FT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0~11월 135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인도 시장에서 이탈했다. IMF는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변수다.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자동차의 인도법인 상장 추진은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제조업과 IT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인도 협력 확대가 예상되며, 인도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도 유력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인도가 2025년 GDP 기준 세계 4위 경제대국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5년 미국과 유럽, 중국의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인도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 IPO 시장 부상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다극화와 글로벌 투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