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국의 새로운 파운드리 전략이 중국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IT 전문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25일(현지시각) 한국이 삼성전자에 이어 제2의 파운드리 기업으로 '한국반도체제조회사(KSMC)' 설립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하며, 이를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전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공학한림원이 이러한 구상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10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에만 집중하면서, 성숙 공정 분야의 공백이 발생했고 이는 국내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의 안정적인 칩 수급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높은 해외 의존도는 산업 전반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공학한림원은 대만의 TSMC 성공 모델에 주목했다. TSMC는 첨단 공정과 성숙 공정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다양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KSMC 설립 구상은 이러한 대만의 경험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려는 시도다. 정부 주도로 20조 원을 투자해 2045년까지 300조 원의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취약점 보완에 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회장이 제안한 삼성전자의 구형 웨이퍼 공장 전환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 생태계 강화,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자립도 제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이 이 계획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의 기술 제재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에게, 한국의 성숙 공정 강화 전략은 자국 반도체 산업 정책에 중요한 참고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139억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 자금의 적정성, 정부 주도 기업의 시장 경쟁력 확보 가능성, 기술 격차 극복, 인재 확보, 규제 완화 등이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중국은 한국의 이러한 시도를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설립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종합적 청사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진단한다.
KSMC 설립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새로운 반도체 전략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책적 대응도 주목된다. 이 계획의 성공 여부는 향후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