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관세, 캐나다 진출 글로벌 기업 '직격탄'
한국 기업 캐나다 투자 영향 주목...전기차 배터리·친환경 분야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북미 경제 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위협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우방동맹국들과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과 니어쇼어링(인접국가외 지역에 생산시설 이전 전략) 정책이 흔들리면서다. 가장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캐나다와 캐나다 기업이지만 이외에도 바이든 정부의 ‘니어쇼어링’ 정책을 믿고 그간 캐나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글로벌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도 영향이 예상된다.한국 기업 캐나다 투자 영향 주목...전기차 배터리·친환경 분야 전망은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한국의 대 캐나다 직접 투자액은 1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1% 증가했다.
포스코그룹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은 약 7900억 원(약 6억 3300만 캐나다달러) 규모의 양극재 생산 합작 투자를,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약 5조 원(약 4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배터리 생산 합작투자를 진행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 뉴지오호닉 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 지분 20%를 확보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투자가 모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메일은 최근 "관세 부과로 북미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각) 이번 위기가 2018년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당시 '팀 캐나다' 접근으로 대응한 캐나다는 지난 6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직면했다. 캐나다 기업협의회 골디 하이더 회장은 WSJ 인터뷰에서 "오늘 캐나다를 대표해 누가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새 리더십이 출범하는 데는 앞으로 3개월이 걸린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13억 달러를 투입해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2032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했다. 2%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170억 달러의 추가 국방비가 필요하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29일 외무·재무장관을 미국 플로리다로 보내 트럼프 측과 회동했지만, 관세 면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는 캐나다 정부의 대 트럼프 대응 전략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관세부과에 나설 경우 미국과 캐나다 모두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체협회 플라비오 볼페 회장은 글로브앤메일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은 미국"이라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캐나다 생산을 대체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F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관세 부과 시 캐나다 GDP 2~4% 감소, 15만 개 일자리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캐나다-미국 관계 전문가그룹은 지난해 말 내놓은 성명에서 "캐나다의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는 트럼프가 관세 위협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모든 도발에 대응하거나 모든 트윗과 조롱에 반응하는 것은 더 많은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전문가그룹은 또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위기"라고 규정했다.
전직 무역 협상가 존 위크스는 성명에서 "무역 전쟁은 핵 갈등과 같다. 모두가 패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천연자원 수출 시장 다변화 △인프라·자원 프로젝트 규제 완화 △미국 내 여론전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 기업들은 이미 위기 대응에 나섰다. 기업들은 생산설비 모듈화로 이전 가능성을 높이고, 캐나다 내수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전직 캐나다 상공회의소 회장 페린 비티는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캐나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도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 분쟁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공급망 재편과 시장 다변화 등 새로운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