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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300만 배럴 중국서 반출...글로벌 공급망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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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300만 배럴 중국서 반출...글로벌 공급망 재편되나?

IRGC 주도 수출에 미·중 갈등 심화 우려
2023년 1월 4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와이디아오섬 앞바다 석유 터미널에서 원유 유조선이 보이는 항공 사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월 4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와이디아오섬 앞바다 석유 터미널에서 원유 유조선이 보이는 항공 사진. 사진=로이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중국에 비축해둔 원유 300만 배럴을 반출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이란이 이번 원유 판매로 10억 달러의 수익을 기대하며, 이를 중동 내 영향력 회복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규모이며, 특히 이란이 원유 판매 대금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동맹 민병대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를 피하고자 중국 다롄과 저우산 항구에 2500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11월 말과 12월 이란 당국과 협의해 처음으로 원유 반출을 승인했다. 유조선 '마데스타'호와 CH 빌리언호는 각각 200만 배럴과 70만 배럴을 운반했으며, 이 물량의 시장 가치는 2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비축유 반출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했다. WSJ은 이란이 수출 대금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동맹 민병대 지원에 활용할 것으로 보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선임분석가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융제재로 판매대금 대부분이 해외에서 동결됐다"고 말했다.
'핵 이란에 반대하는 연합'(United Against Nuclear Iran)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이란의 원유 수출 91%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미국 제재를 피하고자 이란산 원유를 다른 국가의 석유로 위장해 수입하는 운송망을 구축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란과의 협력이 국제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일방적 제재 남용에 반대한다"고 WSJ에 밝혔다.

미 재무부는 2023년 12월 이란산 원유의 불법 운송에 참여한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IRGC의 개입이 확인되면서 제재 강도는 더욱 세질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하면 '최대 압박' 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혀, 이란의 원유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최근 서방의 대이란 제재 우려로 국제 유가(WTI)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70%에 달해 이란-중국 간 원유거래 확대로 원유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는 한국의 원유 수입선 다각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WSJ은 이란의 이번 움직임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위험을 키우고, 미·중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은 원유 공급망 안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