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5% 관세 우회 현지 생산 전략...세계 1위 시장 점유율 유지에 도움 되나?
중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비야디(BYD), 립모터스(Leap Motors),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 등이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으로 폐쇄를 추진하는 드레스덴과 오스나브뤼크 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고율 관세 피하려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
폭스바겐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독일 내 2개 공장의 단계적 폐쇄를 발표했다. 드레스덴 공장은 2025년,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2027년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들 공장에는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약 26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고용 문제가 우려된다.
중국 업체들이 이들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있다. EU는 2023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의 급격한 수입 증가에 대응해 최대 35.3%의 상계관세를 5년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17%의 관세를, 지리자동차(Geely)는 18.8%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진출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의 EU 수입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1646% 급증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EU 시장 점유율은 3년 전 3%에서 2024년 6월 11.1%까지 치솟았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업체들은 유럽 내 생산기지 확보를 통한 우회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나서
비야디(BYD)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50억 유로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며, 터키에도 생산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전 닛산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기업이 현지 생산을 통해 EU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독일 공장 인수가 현지화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독일 노동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독일 금속노조 IG 메탈의 스테판 솔단스키는 "중국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폭스바겐 로고가 계속 공장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 전통과 기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노조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 독일과 중국의 입장
폭스바겐은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중국 업체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024년 12월 노조와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2027년 중반까지 T-Roc 카브리올레 생산을 지속한 후 매각이나 용도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드레스덴 공장도 2025년 폐쇄를 앞두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독일이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고 중국 기업에 공정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최종 결정은 2025년 2월 23일 예정된 연방 선거 이후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인수 주체가 민간기업인지, 국영기업인지에 따라 독일 정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중국 국영기업의 독일 자동차 산업 진출이 독일의 산업 자주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독일 공장 인수로 유럽연합(EU)의 전기차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어 매각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1510만 대로 예측한다. 이는 2024년 예상 판매량 1160만 대보다 29.9%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2024년 13.2%에서 2025년 16.7%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마크 풀소프 경량 차량 글로벌 예측 책임자는 "2025년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범용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 둔화와 보복 조치 가능성으로 생산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5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점유율 29.7%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의 독일 공장 인수가 성사될 경우, 유럽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