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중국 견제·이민 정책 등 주요 현안 새 국면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세계 각국이 미국의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국제 질서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현지시각) 데이비드 크레이머 조지 W. 부시 연구소 전무이사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재집권이 주요 국제 현안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2008-2009)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소련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덤 하우스 회장(2010-2014)을 지낸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현재 자유 러시아 재단 이사회 의장과 국제공화당연구소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저서 '봉쇄로의 회귀: 푸틴 정권 다루기(Back to Containment: Dealing with Putin's Regime)'는 러시아 문제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나토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 새 행정부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항복, 정권 교체, 영구적 중립, 러시아의 영토 주장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견제와 동맹 전략
중국 정책에 대해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이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무역의 중요성을 균형있게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관세 정책이 향후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러시아-이란-북한(CRINK) 간 반서방 연대 강화가 미국의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1만2000명 병력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나, 이란이 러시아에 샤헤드 드론을 제공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고 부연했다.
◇ 이민 정책과 경제
이민 정책과 관련해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이 미국 노동시장과 기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H-2B와 H-1B 비자와 같은 합법적 이민 제도의 개선이 미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중동 정세와 미국의 역할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에 대해 크레이머 전무이사는 "미국이 협상 이행의 모든 단계에서 감독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면서 "휴전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점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대중국 관계 설정, 중동 평화 중재 등 주요 외교 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나토(NATO) 동맹 체제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