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매입 축소에 금리 상승 우려...거래 한산
미국 관세·유럽 경기 등 대외 변수까지 겹쳐
미국 관세·유럽 경기 등 대외 변수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 매수를 꺼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최대 매수자인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을 줄이는 가운데, 시장 금리 상승 우려로 대체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일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증권 야마와키 타카후미 채권 조사부장은 "여기서 멈춘 것이 신기할 정도의 속도였다"며 2025년 초 일본 장기 금리 급등 상황을 설명했다.
지표가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4년 말 1.1% 수준이었으나, 연초부터 급등해 1월 15일에는 1.255%까지 상승하며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연초 국채 입찰에 따른 수급 악화가 겹친 영향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023년 7월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고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0.5%로 확대했다.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 시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2024년 1월에는 0.5%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 기자회견에서 "실질 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중립 금리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岡三(오카산)증권의 하세가와 나오야 수석 채권 전략가는 "시장의 금리 인상 예상이 0.5%나 0.75%에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1% 이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채권을 발행할 때 약속한 이자율보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 일본 증권사 채권 트레이더는 "정책 금리가 1%로 오르면 장기 금리가 2% 가까이 상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장기 금리가 1.2%대로 상승하면 은행들이 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세키 히로유키 시장사업본부장은 2024년 5월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물 엔 금리 스와프의 고정 금리 수익률이 1.20% 이상으로 올라오는 등 금리가 좀 더 오를 때까지 매수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도 수급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행은 금융 정상화를 위해 분기마다 4000억 엔씩 매입액을 줄이고 있다. 2024년 잔존 기간 5년 초과 10년 이하 국채 매입액은 약 20조 엔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에셋매니지먼트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수석 전략가에 따르면, 2025년 1월 10년물 국채 순공급액은 1조 9500억 엔으로, 2013년 3월(1조 7000억 엔) 수준을 넘어섰다. 사회보장비와 방위 관련 비용 증가로 국채 발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씨티그룹증권의 마쓰모토 게이타 시장영업본부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매우 조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헤지펀드들은 단기 매도 포지션으로 일시적 금리 상승 시 수익을 추구했으나, 일본은행이 시장과 원활한 소통을 하면서 거래 기회가 줄었다"며 "미국 장기 금리가 5%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일본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일본 재정 악화로 인한 국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영국에서 재원 확보 없는 대규모 감세안 발표로 금리가 급등했던 '트러스 쇼크' 사례가 일본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