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 만에 2%대 복귀 전망
경기 우려로 금리인하 속도 내려던 한은 계획에 차질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인하에 속도를 높이려던 한국은행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경기 우려로 금리인하 속도 내려던 한은 계획에 차질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어 한·미 금리차 우려가 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원·달러 환율도 147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 행진하고 있어서다. 금융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4개월째 1%대였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관계 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통계청이 5일 내놓는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2%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9월(1.6%), 10월(1.3%), 11월(1.5%), 12월(1.9%) 등 넉 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한은은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개최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올해 1월 물가상승률이 2%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은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5~0.1%포인트(p)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물가 성적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경우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상황만 봤을 때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향후 금리인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2월과 4월 연속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변수들이 금리인하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인하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연준이 6월까지는 금리를 묶어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고환율인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한은만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더 벌어져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는 환율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취임 이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설 연휴 이후 1450원대로 치솟더니 이날 장중 1470원대까지 뚫었다.
특히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한은이 과감한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경기 위축을 우려해 2월 일단 금리를 내린 뒤, 경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윤지호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정책변수를 성장, 금융안정(외환시장), 인플레이션, 금융안정(가계부채) 순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인하 속도와 정도는 유동적일 수 있지만 한은은 정책금리를 신속히 중립구간으로 되돌리고 이후 경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