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치명타" 우려 속 업계 비상대책 마련 부심...관세 부담 떠넘기기 경쟁 치열
미국의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임박한 가운데 북미 자동차 업계가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1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2월 3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양국이 불법 이민과 펜타닐 같은 마약의 미국 내 밀매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멕시코에서 1470억 달러, 캐나다에서 6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와 부품을 수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북미 전역에 걸친 자동차 공급망에서 부품이 완성차로 조립되기까지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울프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시 평균 3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J.D. 파워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평균 구매가격은 작년 12월 4만6200달러였다.
버스타인이 IHS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22%가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됐다. 폭스바겐이 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혼다 35%, 스텔란티스와 닛산이 각각 32%,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가 28%, 마쯔다 25%, 포드 20%, BMW 12%, 현대자동차가 8%를 기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차량 수입을 늘리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일부 생산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공장 여유 공간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상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대규모 자본 지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게라 테크놀로지스의 토마스 코왈 최고경영자는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사업에 절대적으로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마그네슘 기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115명 규모의 기업이다.
폴리 앤 라드너 법률사무소의 바네사 밀러 변호사는 "일부 부품업체들이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을 놓고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 자릿수 이윤을 내는 업계 특성상 25%의 비용 증가를 흡수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처 롱의 제니퍼 두카르스키 변호사는 "이는 자사 제품과 협상력에 자신감이 있는 정교한 공급업체들이 어느 정도의 타협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시트 제조업체 아디엔트의 제롬 돌락 최고경영자는 1일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25%나 10% 수준의 관세 부담을 회사가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들은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과 기타 여파로 GM의 주당 순이익이 약 절반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GM이 지난해 생산한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픽업트럭 100만 대 중 절반가량이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노스 아메리칸 스탬핑 그룹의 마이클 하우히 최고경영자는 "일부 생산 설비는 몇 주 안에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업계 전체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