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진행 중인 국경안보 조치를 새 합의로 포장...주식시장 급락 후 트럼프 양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위협을 철회했다. 이를 두고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과 양국이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계획된 국경안보 조치를 새로운 합의처럼 제시한 것이 위기를 피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각) 에이제트센트럴(AZ Central)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까지만 해도 관세 유예 가능성에 대해 "아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월요일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입장을 바꿔 3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MS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비자들이 그의 정책으로 '약간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한 다음 날, 월스트리트 주요 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양국과의 합의 내용을 보면, 멕시코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1만 명의 군 병력을 배치하고, 캐나다는 펜타닐 단속 책임자를 임명하고 범죄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한편, 조직범죄 대응을 위한 합동타격대를 구성하기로 했다.
더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은 "멕시코가 2019년에 이미 1만5000명의 병력을, 2021년에는 1만 명의 병력을 국경에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MSNBC는 "캐나다의 13억 달러 규모 국경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미 발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서 미국산 고성능 무기의 멕시코 내 밀수 단속 강화를 트럼프 측으로부터 약속받았다. 멕시코는 현재 미국 총기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불법 무기 밀수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이 압수한 펜타닐의 96.6%가 멕시코 국경에서, 0.2%가 캐나다 국경에서 적발됐다. 전체 압수량 2만1889파운드 중 캐나다 국경에서는 43파운드가 적발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환영했다.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성과는 역사적"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링컨 대통령과 함께 러시모어산에 새겨져야 할 정도"라고 극찬했다. 러시모어산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위치한 국립기념물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산벽에 조각되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미국 상품에 대해 25% 보복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고 MSNBC는 전했다.
MSNBC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에서 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보도는 "중국과의 상호 보복성 관세를 막지 못하면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의 무역전쟁이 소용돌이칠 위험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세 나라 간 연간 교역 규모는 약 1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동차, 식당, 맥주 제조업체, 과일·채소 농가, 창고업, 포장·유통 네트워크 등 광범위한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