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서 유럽 배제하고 나토 방위비 5% 증액 요구
마크롱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전기 충격"...EU 독자적 안보 체제 구축 촉구
마크롱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전기 충격"...EU 독자적 안보 체제 구축 촉구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외교 행보와 나토(NATO) 방위비 증액 요구가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프랑스24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양자 회담을 제안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월 13일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저지하는 것은 유럽의 책임"이라며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현행 2%에서 5%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목표는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은 키이우의 안보를 보장하는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전기 충격과 같다"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젤렌스키만이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협상할 수 있으며, 항복에 가까운 평화는 모든 사람에게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월 13일 브뤼셀에서 "우리 등 뒤에서 더러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과의 영토 교환안을 즉각 거부했다. 러시아는 13일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와 함께 자국이 점령한 4개 지역에서의 완전 철수를 요구했으며, 다음 날에는 나토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평화협상 의제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3일 브뤼셀 회의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지원을 위해 지난해 400억 유로에서 500억 유로로 예산을 증액했다"며 "캐나다와 유럽이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존슨 런던 퀸메리대학 '미국 외교 정책: 국내적 뿌리와 국제적 영향'의 저자는 14일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인 외교적 접근방식과 거리를 두고 있다"며 "이는 신중한 언어 선택과 민감한 사안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기존 외교 관행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위너 존스홉킨스대학교 고급국제학대학원(SAIS) 조교수는 같은 날 "미국이 유럽 내 병력을 줄이고 나토에 대한 기여를 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미국의 전략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시간은 러시아 편"이라고 덧붙였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화협상을 수용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EU 대표단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토 방위비 분담 문제를 둘러싼 이견 조율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