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젤렌스키 충돌로 드러난 대서양 균열, 자유 진영 미래 흔든다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젤렌스키 충돌로 드러난 대서양 균열, 자유 진영 미래 흔든다

미국 철수 대비 유럽, 방위비 2500억 유로 증액 필요...30만 병력과 통합 지휘체계 구축 과제 봉착
우크라이나 제24기계화여단 병사들이 2월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차시브 야르 마을 근처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BM-21 Grad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제24기계화여단 병사들이 2월 2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차시브 야르 마을 근처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BM-21 Grad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3차 세계대전 도박꾼"이라 비난한 충돌은 대서양 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노출시켰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카야 칼라스 EU 수석 외교관은 "자유세계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며, 유럽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도 트럼프의 발언을 "심각하고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은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영국 스타머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독일 차기 총리 메르츠는 "우리는 이 전쟁에서 침략자와 희생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나, 헝가리 오르반 총리만은 예외적으로 "강한 사람이 평화를 만든다"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이번 충돌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 유럽 나토 동맹국 보호 철회 위협, EU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공약이 결합되며 유럽의 안보 자립 필요성이 부각됐다.

한편, 지난 21일 EU뉴스는 브뤼셀 싱크탱크 브뤼겔의 분석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철수할 경우 유럽은 러시아의 현장 경험과 70만 병력, 첨단무기에 맞서기 위해 3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현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지상군을 합친 것보다 우월한 군사력과 27개국 병력을 조정할 전 유럽 통합 사령부 구축이 시급하다고 브뤼겔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럽은 방위비를 현재 GDP 2%에서 3.5% 수준인 연간 2500억 유로로 증액해야 하며, 독일만 해도 800억 유로에서 1400억 유로로 군사비를 늘려야 한다고 브뤼겔은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러-미 평화협정을 거부할 경우, 미국의 군사 지원 공백을 메우는 데는 당장 EU GDP의 0.12% 지출 증가만 필요한데, 이는 2022년 2월 이후 미국의 지원(640억 유로)과 유럽의 지원(620억 유로)이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분석가들은 EU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 가능성을 빠르면 향후 3년에서 10년 안에 "상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에 대비한 유럽의 군비 증강이 필수적이라고 같은 날 EU뉴스는 보도했다.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를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수 있는 유럽의 안정화군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려 애썼으나,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백악관에서의 대결과 충돌로 인해 이러한 노력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일 런던에서 열린 스타머 총리 주최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보호와 유럽의 미국 의존도 감소를 위한 국방비 증액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FT에 "우리는 혼자라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부모들은 우리를 집에서 쫓아내고, 용돈을 끊고, 유산을 박탈했다"며 유럽의 안보 자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일 인터뷰를 통해 유럽 자체 핵 억지력에 관한 논의를 제안하며, "우리에겐 방패가 있지만 다른 유럽국들은 더 이상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트럼프-젤렌스키 충돌 이후 더욱 심화된 대서양 동맹 균열의 처방으로 유럽 방위력 자율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