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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례 보고서 해석의 패러다임 ‘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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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례 보고서 해석의 패러다임 ‘확’ 바꾼다

대규모 언어 모델, 감사 수치 추출 속도 '투자자 관계팀보다 빨라'
투자자 관계 전문가 역할 감소 전망
2024년 2월 19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인공지능 AI라는 단어 앞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든 인물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2월 19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인공지능 AI라는 단어 앞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든 인물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2024년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방대한 재무보고서 분석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숙련된 투자자 관계 전문가는 가장 유망하지 않은 지푸라기에서 금을 뽑아낼 수 있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재무 수치를 분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24년 기업 실적 발표 후에도 연례 보고서가 여전히 투자자들의 받은 편지함과 현관 매트에 도착하고 있지만, 이미 실적 수치는 공개됐고 콘퍼런스 콜도 끝났으며 주가 변동도 완료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연례 보고서의 실질적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T는 "연례 보고서가 법적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여전히 발행된다"면서도 "지난 몇 년간 연례 보고서의 분량 증가는 규제 당국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식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정말 비밀로 하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경영진 연금 섹션과 탄소중립 목표 성명서 사이 어딘가에 연례 보고서로 게시하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연례 보고서는 "모든 사람이 기업이 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모든 공시의 저장소"로 변모했다고 FT는 설명했다.
FT는 "숫자 자체의 유용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연례 보고서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감사 수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투자자 관계 전문가들은 이 수치들을 "조정"하거나 "정상화"하며 나쁜 사건들을 "일회성"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연례 보고서는 "자백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으로 "현금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를 보여준다고 FT는 강조했다.

FT는 "연례 보고서를 자세히 읽고 투자자 관계 부서의 유리한 그림 그리기 시도를 취소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전히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정된 소득의 순열은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어 분석 기회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는 연례 보고서 해독 능력의 유용성이 감소한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투자 분석 방식의 변화다. FT는 "지난 5년 동안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속 숨겨진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보다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 기업의 재무 위험 신호를 발견하는 것보다 이를 무시하고 투자를 유지하는 능력이 더 높은 수익률(알파)을 가져왔다"고 FT는 설명했다.

둘째, 재무 보고서 분석은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패턴과 불일치를 찾아내는 게임"이므로 "분명히 인공지능에 의해 인수될 수밖에 없으며, 아마도 조만간 그럴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은 투자자 관계 팀이 계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수치를 추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시를 파헤쳐 가끔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연례 보고서의 전체 개념을 재발명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일련의 계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FT는 "관리 회계와 재무 보고 간의 격차가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례 보고서에서 가장 오해의 소지가 있는 숫자는 "각 열의 맨 위에 있는 날짜"로, 이는 "종종 우스꽝스럽게도 12개월이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 관련 기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FT는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회계 원칙(GAAP)은 "자연의 법칙이라기보다는 편의의 절충안"이다. "모든 회사들이 자사의 경영 시스템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근거에 따라 오늘날 계좌를 공개한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FT는 경고했다. 기업들은 "실제보다 훨씬 더 이기적인 쓰레기로 투자자들을 늪에 빠뜨리기 위해 자유를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FT는 미래에 GAAP가 "투자자가 원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AI가 수치를 다시 제시할 수 있도록 항상 충분한 데이터와 메타데이터가 있음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그 반대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현재의 익살스러운 탐구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숫자를 이해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미래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밝고 재미있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재무 보고서 분석이 더 효율적이고 통찰력 있게 변화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