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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소프트파워 위기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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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소프트파워 위기 봉착"

76개국 중 60% 이상에서 호감도 하락 전망
"배타적 민족주의는 패배하는 전략" 경고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미국 국회의사당으로 몰려둔 군중들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미국 국회의사당으로 몰려둔 군중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가운데, 미국의 소프트파워(연성권력)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8(현지시각) 보도한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나이 교수는 "국제 관계는 권력 정치"라며 "권력은 폭탄, 총알, 경제적 강압 이상의 것에 달려 있으며, 강제와 지불뿐만 아니라 매력을 통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미·중 소프트파워 경쟁, 고소득국과 중소득국 반응 엇갈려


퓨 리서치 센터가 올해 봄 실시한 글로벌 태도 조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미국이 중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얻고 있다. 특히 폴란드(82%), 일본(71%), 한국(61%), 이스라엘(68%)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60% 이상으로, 중국(대부분 20% 이하)을 크게 앞섰다.
반면 중소득 국가에서는 두 나라의 호감도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인도, 브라질 등에서는 두 나라 모두 50~70% 사이의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으며, 특히 튀니지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 트럼프 첫 임기, 주요국 미국 호감도 최대 80% 급락


트럼프의 첫 임기(2017~2021) 동안 미국의 호감도는 여러 국가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퓨 리서치 센터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의 경우 201666%에서 201730%, 캐나다는 65%에서 43%, 독일은 57%에서 11%, 프랑스는 63%에서 14%로 급락했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다소 회복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함에 따라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소프트파워를 이해하지 못한다""그가 뉴욕 부동산에 종사했기 때문에 권력이 강제와 거래에 국한된다는 단절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 라틴아메리카를 분노하게 한 파나마에 대한 위협, 70년간의 나토 동맹을 약화시킨 우크라이나 정책, F 케네디가 창설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 계획 등이 모두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켰다.

나이 교수는 "트럼프는 무임승차자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위협, 민주주의 규범 약화 우려


FT는 트럼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체제의 가장 중요한 규범 중 하나는 국가가 이웃 국가의 영토를 무력으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2022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면서 노골적으로 위반한 이 규범에 대해, 트럼프는 러시아를 규탄하기를 거부했다.

또한,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부통령은 나토에 비판적인 연설을 했으며, 이로 인해 유럽과 다른 국가들은 민주주의 동맹으로서 나토에 대한 미국 약속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도움으로 민주적 규범을 약화하고, 제도를 파괴하며, 그의 지지자들이 "단일 행정부"라고 부르는 대통령직의 힘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가 202116일 국회의사당 폭력 시위대를 전면적으로 사면한 것은 이런 두려움을 강화했다고 FT는 보도했다.

반면, 나이 교수는 "법원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여전히 일하고 있다""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이나 사회 프로그램의 고통스러운 축소로 이어진다면, 그는 2026년에 하원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견제와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과 미국의 회복력


나이 교수는 "중국은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엇갈린 성공을 거뒀다""수억 명의 인구를 빈곤에서 구해낸 인상적인 경제 성장과 전통문화는 중요한 매력의 원천이었지만,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를 포함하여 미국에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같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웃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과 '전랑 외교'로 인해 소프트파워 혜택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으로 소프트파워가 약화된 시기가 있었지만, 회복력을 보여왔다. 1960년대 인종차별 시위와 반전 시위, 정치인 암살 등의 혼란 속에서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제럴드 포드의 정직성, 지미 카터의 인권 정책, 로널드 레이건의 낙관주의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나이 교수는 회고했다.

"소프트파워는 한 나라 힘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은 모순적이기보다는 상호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드파워와 결합되어야 한다"라고 나이 교수는 강조했다. "진정한 리얼리즘은 자유주의적 가치나 소프트파워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는 진정한 현실주의자가 아니며,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앞으로 4년 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