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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너지 기업 '벤처 글로벌', IPO 부진에 주가 36%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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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너지 기업 '벤처 글로벌', IPO 부진에 주가 36% 급락

1100억 달러 꿈 좌절, LNG 계약 분쟁, 예상 밑도는 실적... 터미널 건설비 13억 달러 증가로 시장 신뢰 추락
LNG 선박의 모습을 담은 화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LNG 선박의 모습을 담은 화면.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패권 회복을 공언하는 가운데, 이를 상징하는 LNG 수출 기업의 좌절은 에너지 산업의 장밋빛 전망과 현실 간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기본기와 시장 신뢰가 무너질 때 기업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훼손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8(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벤처 글로벌의 주가는 지난 6일 거래 종료까지 36% 폭락했다. 이는 판매 및 수출량 둔화, 예상보다 낮은 이익, 2025년 전망 하향 조정, 터미널 건설 비용의 갑작스러운 13억 달러 증가 등 일련의 부정적 뉴스가 발표된 데 따른 결과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플라크마인스 터미널에서 마이크 사벨 CEO"위대하고 대담한 창립 CEO"라고 칭찬하는 동안에도 투자자들은 벤처 글로벌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었다.

"규모로 볼 때, 이것은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에너지 IPO의 실적에서 최하위에 랭크되어 있다"IPO 실적을 추적하는 회사인 아이팍스 슈스터(Ipox Schuster)의 설립자 조셉 슈스터(Josef Schuster)는 말했다. 그는 "부실한 부양책이 위험 신호를 불러일으켰고, 그에 따른 주가 하락은 공매도 활동을 증가시키고 회사가 2차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 터미널로 연간 1억 톤 LNG 수출 계획, 주요 고객들과 50억 달러 규모 중재 분쟁


벤처 글로벌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230억 달러로, 지난 1월 하향 조정된 IPO에서 달성한 600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경영진이 처음에 목표했던 1100억 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FT에 따르면 주가는 거래 첫날에 제안 가격 이하로 떨어졌고 그 이후 회복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쉘(Shell), BP, 렙솔(Repsol) 등 주요 고객들과 50억 달러 규모의 중재 분쟁에 휘말려 있다. 고객사들은 벤처 글로벌이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LNG 선적을 이행하지 않고, 대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가격이 급등했을 때 현물 시장에 고가로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벤처 글로벌 측은 당시 시설이 완전히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물 시장 판매는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는 항상 계약을 존중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신뢰에는 프리미엄이 있으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는 전체 LNG 산업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쉘의 최고경영자(CEO) 와엘 사완(Wael Sawan)FT에 말했다.

시킹알파 보고서에 따르면,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CEO는 벤처 글로벌에 대해 "그들이 하는 일 때문에 이 사람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벤처 글로벌은 또한 IPO와 관련된 집단 소송에도 직면해 있으며, 등록 명세서에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을 받고 있다.

◇ 백악관과의 관계 vs 시장의 회의적 시각


벤처 글로벌은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마이크 사벨 CEO는 마러라고에서 열린 석유·가스 업계 만찬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환경 정책을 뜯어내는 대가로 10억 달러의 선거 기부금을 요청했다고 한다. 벤처 글로벌은 트럼프 취임 캠페인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플라크마인스 터미널 행사에서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벤처 글로벌의 야심찬 계획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는 5개 터미널을 통해 연간 1억 톤 이상의 LNG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지난해 미국의 총 LNG 수출량을 초과하는 규모다.

"실망스러운 IPO, 경색된 고객 관계, 2025년 전망에 대한 대대적인 부정적 개정으로 인해 벤처 글로벌은 플라크마인스 LNG 확장에 필요한 1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리서치 회사 엔버러스(Enverus)의 앤드류 길릭(Andrew Gillick) 전무이사는 말했다.

2025년 수익성과 글로벌 LNG 시장 전망


벤처 글로벌이 직면한 또 다른 위험은 LNG에 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2030년대 중반에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으며, JP모건은 카타르와 북미의 생산 능력 증가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적으로는 러시아산 가스의 재도입으로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LNG 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시티그룹의 스피로 두니스(Spiro Dounis)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리고 벤처 글로벌의 경우, 장기 계약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사보다 더 많은 현장 노출이 가능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시킹알파의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글로벌은 2025년 연간 연결 조정 EBITDA(세전영업이익)68억 달러에서 74억 달러로 전망했다. 회사의 수익성은 미국 헨리 허브와 유럽 TTF 가스 가격 간의 스프레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2025년 기업가치 대비 EBITDA 배수는 6.1로, 라이벌 체니어 에너지(Cheniere Energy)11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런 가치평가 격차는 시장이 벤처 글로벌의 중재 분쟁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벤처 글로벌의 또 다른 과제는 새로운 터미널에 필요한 수백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10년에서 20년 동안의 장기 공급 계약에 고객사들의 서명을 받는 것인데, 특히 가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에너지 회사들과의 중재 분쟁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 증가 전망은 벤처 글로벌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