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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EU 관계 냉각 속 글로벌 CEO 20여 명과 별도 회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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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EU 관계 냉각 속 글로벌 CEO 20여 명과 별도 회담 추진

수교 50주년 EU 정상회담 불참하면서도 국제 비즈니스 리더십 구애 적극 나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4년 5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러시아 관계 수립 75주년 기념 갈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4년 5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러시아 관계 수립 75주년 기념 갈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EU·중국 수교 50주년 기념 정상회담 참석을 거절한 반면, 이달 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의 별도 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EU 관리들에게 시 주석이 아닌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가 브뤼셀을 방문해 EU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위원장들을 만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두 사람은 EU가 수교 반세기를 기념하는 이 회의의 중요성 때문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323일과 24일 개최되는 중국개발포럼(CDF) 이후 328, 시타델의 켄 그리핀, HSBC의 신임 CEO 조지 엘헤데리를 비롯한 국제 비즈니스 리더들과 시 주석 간의 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DF 초기 참석자 명단에는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화이자의 알버트 불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아람코의 아민 H 나세르, 미즈호의 마사히로 키하라, 스탠다드차타드의 빌 윈터스, 토탈의 패트릭 푸야네, AP 묄러-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크 등 약 72명의 글로벌 CEO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은 전했다.

이러한 상반된 움직임은 중국이 세계 최대 교역블록인 EU와의 관계 개선보다 국제 비즈니스 커뮤니티와의 관계 구축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점점 더 적대적인 무역 정책과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U와 중국 간 관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긴장이 고조되었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FT"양국 관계는 얼음 위에 있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 어조의 변화다. 그들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U는 중국이 크렘린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EU 관리들은 지난해 EU와의 무역흑자를 3045억 유로 기록한 중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외국 기업들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 등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 측은 유럽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함없다고 주장한다. 전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이자 현재 베이징의 유럽 문제 특별 대표인 루 샤예는 "중국의 대유럽 정책은 항상 평화, 우정, 협력, 상호 이익을 옹호해왔다""이것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다만 미국의 대유럽 정책과 현재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중국의 대유럽 정책이 훨씬 더 선견지명이 있고 공정하며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CEO들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필요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부문 위기와 취약한 투자자 및 소비자 심리 속에서 외국인 투자 유입 감소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접근 장벽,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마진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에도 CDF 이후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깜짝 회담을 가졌으며, 당시 천안문 광장의 거대한 정치 단지인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약 20명의 CEO들을 만났다. 그러나 올해 회의에 참석할 CEO들은 더 다양한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말했다.

FT는 이번 주에 CDF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몬태나주 상원의원 스티브 데인즈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자신을 중국에 대한 특별 특혜로 지정하도록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발표 후 그의 사무실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EU 측에서는 통상 수석대표인 마로시 셰프초비치가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EU도 중국과의 잠재적 기회를 봐야 하며, 중국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때 이를 활용하자"고 말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EU가 자국 산업을 보호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최근 나일론과 다른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아디프산의 중국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는 지난 10월 이후 스위트콘, 금속 나사, 양초 등을 포함한 11번째 조사 사례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과 관련해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중국 제품의 "물결"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EU 정상회담 불참과 CEO 회동 모두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