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자금난· AI 혁명에 직면한 美 대학들,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생존 비법

글로벌이코노믹

자금난· AI 혁명에 직면한 美 대학들,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생존 비법

등록금 인상 한계에 봉착한 고등교육기관, 소규모 수업 중심 모델로 전환
스탠포드 대학교 위에 우뚝 솟은 후버 타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탠포드 대학교 위에 우뚝 솟은 후버 타워. 사진=로이터

미국 대학가가 심각한 재정 위기와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주정부 지원금 삭감에 이어 최근 연방정부 자금마저 대폭 줄면서 미국 고등교육이 근본적인 구조조정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난 20(현지시각)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조지아 칼리지 및 주립 대학교의 니콜라스 크릴 기업법 및 윤리학 부교수는 "대학은 적응하거나 죽을 수 있으며, 멸종보다는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뉴스위크 기고문에 밝혔다.

실제 미 대학들은 수십 년 동안 공적 자금 감소에 대응해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크릴 교수는 "주정부들이 대학에 대한 분담금을 삭감하면, 우리는 운영 비용을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전가해왔다"라며 "그러나 이제 대학 등록금은 대부분 가정이 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비 붐 세대는 여름 일자리로 연간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유일한 선택은 비용 절감뿐이라고 크릴 교수는 주장했다.

이 상황 해결을 위해 크릴 교수는 "비대해진 행정 기구에 맞서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대학은 교수진보다 행정가를 훨씬 더 많이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50년 전과 비교하면 극명한 반전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와 같은 행정적 성장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고, 돈이 자유롭게 흐르는 동안 대학이 선택한 결정"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가 자금 위기의 부분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릴 교수는 "자금 조달 위기와 AI의 출현은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지만 매우 얽혀 있는 문제이며, 후자는 전자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은 행정 기능을 최대한 자동화함으로써 자금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라며 "AI는 교실 조정, 일상적인 서류 작업, 기본적인 학생 서비스 관리 등을 사람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AI의 영향은 행정 업무를 넘어 교육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크릴 교수는 "AI는 이미 우리 교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향후 몇 년 동안 대형 대학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50명의 학생이 있는 수업과 500명이 있는 수업에서 교육의 질에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릴 교수는 "AI는 수백 명의 학생들로 가득 찬 대형 강의실에서 단순히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교수보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더 잘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 강의 방식은 AI 시대에는 유지되기 어려우며, 특히 현재와 같은 고비용 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크릴 교수는 "AI를 활용해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면 절감된 비용으로 교수 인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확보된 자원으로 소규모 수업을 늘려 학생들과 교수 간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AI 시대에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크릴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이 적응해야 하는 모델은 대규모 연구 집약적 대학이 아니라, 항상 친밀한 학급 규모, 학제 간 사고 및 적응 가능한 기술을 강조해 온 소규모 인문대학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중심 대학들은 특히 어려운 결정에 직면해 있다. 크릴 교수는 "현재 연구 중심 대학의 전체 경제 모델이 다른 운영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연구에 대한 정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이들 대학은 "연구비 마련을 위해 업계 파트너십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소규모 수업으로 교육 중심의 모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를 어색하게 혼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릴 교수는 "살아남는 대학은 규모가 크거나 명성이 높은 곳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연계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과나 프로그램, 심지어 대학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크릴 교수는 "그 반대편에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세계에 더 적합한 고등 교육 생태계, 즉 집중적인 행정, 합리적인 등록금, 대량 생산보다는 인간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둔 교육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