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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폭탄, 한·미·일 자동차 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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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폭탄, 한·미·일 자동차 업계 '초비상'

미국 수입차 25% 관세 부과 시 연간 추가 비용 74조 원...마쓰다·GM 영업 적자 전망
현대차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도 관세 철회 없어...무역 전쟁 심화 우려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폭탄에 한·미·일 자동차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 내 공장을 둔 주요 자동차 기업 10곳의 연간 추가 비용 부담이 7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마쓰다와 GM은 영업 적자까지 예상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 폭탄에 한·미·일 자동차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 내 공장을 둔 주요 자동차 기업 10곳의 연간 추가 비용 부담이 7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마쓰다와 GM은 영업 적자까지 예상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6(현지시각) 발표된 이번 관세 조치는 이미 발동된 관세를 포함해 미국 내 공장을 둔 주요 자동차 기업 10곳에 연간 약 510억 달러(747048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쓰다와 제너럴 모터스(GM)는 영업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날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자동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2024년 수출액은 6261억 엔(588177억 원)에 달해 대미 수출 총액의 28.3%를 점유한다. 미즈호 은행 산업조사부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완성차 수입량 중 일본산 비중은 18%로 멕시코(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증가는 미국과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심화시켜 투자 여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무라 증권의 오닌드 다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토요타 자동차, 혼다를 포함한 일본계 5개사와 미국, 유럽, 한국계 주요 10개사를 대상으로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의 제조업체 부담액을 추산했다. 이미 시행 중인 대중국 추가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추가 관세까지 포함한 결과다.
분석 결과, 수입되는 모든 완성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연간 관세 부담은 약 510억 달러(747048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담이 약 280억 달러(41116억 원)로 가장 크며, 부품까지 포함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개별 기업별로는 GM의 부담액이 약 133억 달러(194805억 원)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스 애널리스트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국 판매 차량 중 멕시코 수입 비중이 높은 마쓰다와 GM은 일률적인 관세 부과 시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 역시 영업이익이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 한국, 현대차 투자에도 관세 회피 불가


현대자동차 그룹은 최근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 24, 관세 회피를 목표로 미국에 4년간 약 210억 달러(307587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철소 건설과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 70% 증대 등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이었으나, 한국 역시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투자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며, 현대차의 투자 결정을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세 감면 등의 실질적인 혜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GM 등 이른바 '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부 차종의 생산 기지를 멕시코에서 미국 내로 이전하고 있다. 일본 제조사들 역시 관세 부과를 예상하고 재고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생산 거점의 대규모 이전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토요타와 혼다는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HV) 배터리 생산 협력을 결정하기도 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동안 현지 생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일본과 한국 제조사들은 여전히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시장 판매 차량 중 미국 내 생산 비율은 미국계가 80%, 유럽계가 70%인 반면, 일본계는 60%, 한국계는 40%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계는 하이브리드차 등 주력 차종의 일부를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부품 수입 의존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의 자동차 가격, 최대 20% 상승 가능성도


관세 부과는 일차적으로 수입업체가 부담하게 되지만, 자동차 한 대당 평균 관세액은 제조사에 따라 2000달러(292만 원)에서 5000달러(732만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부품 및 판매망 등 공급망을 통해 가격 전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는 곧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콕스 오토모티브는 26일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공급망에서 흡수하지 못할 경우 신차 판매 가격이 최대 2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2025년 미국 신차 판매량 예측치를 연초 예상치보다 4% 하향 조정한 1560만 대로 전망했다.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서는 중고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중고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16%, 전년 동월 대비 6% 증가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인한 무역 변화는 북미 자동차 생산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이는 경제의 상당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