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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 개정안' 反시장 입법 공포… "세계 유례없는 과도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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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 개정안' 反시장 입법 공포… "세계 유례없는 과도한 규제"

패스트트랙 지정 후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ATM 기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ATM 기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반(反)시장 입법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기업의 가격 결정 체계를 법제화한다는 것 자체가 반시장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또 법 위반 시 은행 임직원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까지 있어 정부의 금융권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은행권은 윤석열 전 대통령 조기 퇴임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혹여나 새 정권에 미운털이 박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은행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후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출연금 등을 최대 50%까지만 반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은행의 대출이자에는 신용보증기금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기술보증기금법 등에 따른 각종 법정 출연금, 예금 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가 포함되는데, 이런 비용 부담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금지한 항목들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제재를 받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면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유력한 상황이다.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180일)와 본회의 심사(최장 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데 본회의에 상정되면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은 개정안에 대해 "대출금리 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이어지자 처벌 조항만이라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의 개입 근거가 법제화된다는 것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시각"이라면서 "다만 현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기보다는 정치권과 협의해서 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여러 부작용을 낳은 사례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은행 수익성이 저하되어 금융소비자들의 부담만 증가할 우려가 있다"면서 "독과점 시장에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쟁 촉진 등으로 독과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일일이 가격 결정에까지 개입하면 금융 경쟁력이 악화되는 등 장기적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