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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ESG 거부감, 유럽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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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ESG 거부감, 유럽까지 확산

2025년 1분기 86억 달러 자금 유출, 사상 최대
유럽 투자자 2018년 이후 첫 순매도...'깨어난 자본주의' 회의론 전 세계로 번져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023년 2월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그린딜 산업계획의 세부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2023년 2월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그린딜 산업계획의 세부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심화되면서 관련 펀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깨어난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의 회의론이 이제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 25(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지속가능' 펀드에서 86억 달러(123800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이탈이다.

모닝스타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10분기 연속 지속가능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빼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럽 투자자들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에 나서며 12억 달러(17200억 원)의 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모닝스타 서스테이너블리틱스 지속가능 투자 연구 책임자인 호르텐스 비오이는 "이번 분기는 변화의 신호"라며 "미국에서 ESG 반발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이제 유럽의 심리투자에도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ESG 비판, 전 세계 자산운용사 움직임 변화시켜


ESG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많은 정치 우파로부터 "깨어난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ESG가 재무적 수익보다 논쟁적인 사회적, 정치적 의제를 우선시한다고 주장한다.

비오이 책임자는 "미국에서 나오는 ESG 반발은 자산운용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운용사들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밖에서 판매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자금 유출은 같은 기간 전통적인 펀드에 대한 강한 매수세가 있었음에도 발생했다. 이는 ESG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연합(EU)이 투자 펀드 명칭과 관련된 그린워싱 방지 규정을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모닝스타는 올해 1분기 동안 유럽에서 335개의 지속가능 상품이 이름을 변경했으며, 이 중 116개는 ESG 관련 용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94개의 유럽 펀드가 청산 또는 합병되었으며, 미국의 펀드 폐쇄 건수는 분기별 2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오이 책임자는 유럽에서 방위 관련 기업을 ESG 펀드의 투자 가능 자산으로 재정의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지속가능 투자의 오랜 지지자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당국은 무기 관련 기업에 투자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몇 년 전만 해도 ESG 투자자들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내용으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4분기와 20231분기에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약 40억 달러(57500억 원)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20233분기부터 자금 흐름이 크게 감소했다.20244분기에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다시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 세계 ESG 펀드 자산 32억 달러(46000억 원)84%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방위산업 재무장 움직임과 트럼프 행정부의 키이우 지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ESG 펀드가 전통적으로 방위산업 주식을 기피해온 관행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