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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 관세' 여파, 美 소비자 심리 43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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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 관세' 여파, 美 소비자 심리 43년 만에 최저

미 무역대표부, 18개국과 시차별 협상 틀 마련
소비자들 내년 물가 6.5% 상승 전망, S&P 500은 5500선 회복
쇼핑객들이 2024년 12월 26일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의 해안가를 따라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쇼핑객들이 2024년 12월 26일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의 해안가를 따라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 발표 이후 혼란을 겪었던 미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4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25(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무역 협상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시차를 두고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준비한 이 틀은 관세와 쿼터,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칙, 경제 안보 및 상업적 문제 등 협상을 위한 광범위한 범주를 제시하고 있다고 이 계획에 정통한 사람들이 전했다. USTR 대변인은 "USTR은 체계적이고 엄격한 틀 안에서 일하고 있으며 자발적인 무역 파트너들과 함께 신속하게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앞으로 두 달 동안 약 18개 주요 무역 상대국과 새로운 틀 안에서 순차적으로 협상을 모색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6개국씩 3주에 걸쳐 회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18개국 주기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한인 78일까지 반복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점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연장하지 않는 한 '상호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미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18개의 무역 제안서를 서면으로 받았고,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국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트럼프의 상호 관세 명령이 적용되지 않아 새로운 무역 틀을 사용하는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145%의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다른 경로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시장 반등 속 소비자 심리는 악화... 물가·고용 동시 우려


한편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완화 희망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해임 위협 후퇴에 힘입어 회복세로 전환됐다. S&P 500 지수는 0.7% 상승하며 4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제도를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5500을 넘어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포인트(0.1% 미만) 상승했으며, 나스닥 종합지수는 1.3%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는 미국 교통부 장관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방 틀에 관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한 후 9.8% 급등했으며, 차터 커뮤니케이션즈는 올해 1분기에 예상보다 더 많은 모바일 고객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11% 이상 상승했다. 반면 인텔은 분기 손실을 보고한 후 6.7% 하락했으며, T-모바일 US는 무선 서비스 부문 성장 둔화 발표 후 11%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경제 전망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대학은 지난 254월 소비자 심리 최종 지수가 52.2357에서 8%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원과 무소속 지지자들 사이에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래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를 측정하는 별도의 지수는 1월 이후 32% 하락했으며, 이는 1990년 경기 침체 이후 가장 가파른 3개월 동안의 하락이라고 미시간대학은 설명했다.

KPMG의 수석 경제학자 다이앤 스웡크는 "노동시장 약화와 결합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금융시장보다 먼저 반영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시간대학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내년에 물가가 6.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3월의 5% 상승 예상치보다 높고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설문조사 책임자인 조앤 수는 "소비자들은 경제의 여러 측면에 대한 위험을 인식했는데, 이는 무역 정책을 둘러싼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 때문"이라며 "노동 시장에 대한 기대치도 여전히 암울하다"고 설명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 재커리 힐은 "우리는 S&P 500 지수가 '광복절'(42일 관세 부과) 이전 수준보다 3% 낮다""시장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가시적인 행동과 무역 협상 진전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30일 발표 예정인 국내총생산(GDP) 보고서와 52일 발표될 비농업 고용 수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아마존닷컴, 애플,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매그니피센트 7' 기술주 중 4개 기업의 실적 발표도 기다리고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투자 책임자 앤 밀레티는 "우리가 모든 투자팀에게 집중하라고 말해 온 한 가지는 일자리 데이터"라며 "이 수치는 우리가 경기 침체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미시간대학 설문조사는 325일부터 421일까지 진행됐으며, 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를 발표하고 일부 관세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고할 것임을 암시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정당 성향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는데, 민주당원들의 소비자 심리는 34.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공화당원들의 심리는 90.2로 상승해 트럼프의 지난 대통령 임기가 끝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