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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달러 신뢰도 흔들...한국 원화 비중 8%→14%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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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달러 신뢰도 흔들...한국 원화 비중 8%→14% 급증

중앙은행들, 외환보유고 다변화 추세...아시아 통화 비중 확대 추세
금융시장 혼란으로 국제통화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 원화 비중도 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시장 혼란으로 국제통화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 원화 비중도 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엇갈린 정책 신호와 금융시장 혼란으로 국제통화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통해 아시아 통화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트아시아포럼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게시한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한국 원화는 전체 비전통적 기축통화 보유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말 8%에서 현재 14%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 달러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금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안정적이고 잘 관리된 경제의 비전통적 통화로 준비금을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이 달러 신뢰도 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광복절(Liberation Day)' 관세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은 미국 경제 협력국의 신뢰와 달러 의존도에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정부는 달러 가치 약화와 기축통화 역할이 미국 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발언을 하면서도, 달러를 대체하려는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유로화나 위안화 등 어떤 통화도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면서 "유로 지역 밖 중앙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AAA급 유로화 국채는 충분치 않고, 중국 금융시장은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는 지난 25년간 꾸준히 진행돼 왔으며, 최근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런 추세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켄그린 교수와 연구진은 환율 변동이 통화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조정된 통화 점유율'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호주 달러는 비전통적 준비통화 총액의 20%에서 18%로 소폭 하락했고, 중국 위안화는 25%에서 17%로 급감했다. 반면 한국 원화는 8%에서 14%로 대폭 성장했다.

아이켄그린 교수에 따르면, 비전통적 통화들은 안정적이고 잘 관리된 경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다변화에 따른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일부 통화는 '중국 연극'으로 불릴 만큼 중국 위안화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물 다양성이 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처럼 여러 기축통화 발행자가 있는 세계 경제는 국제 유동성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역할은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 같은 대형 경제 통화뿐 아니라 호주 달러와 한국 원화 같은 중견 통화들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고 아이켄그린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런 외환보유고 다변화 흐름이 미국 달러 중심 체제에서 여러 통화가 공존하는 다극화 체제로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 원화 비중 확대는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금융시장 발전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고 아이켄그린 교수는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