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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명과 암] 한국 산업계, ‘관세 후폭풍’·‘정치 리더십 부재’· ‘환율 상승’ 등 트리플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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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명과 암] 한국 산업계, ‘관세 후폭풍’·‘정치 리더십 부재’· ‘환율 상승’ 등 트리플 악재

1기보다 공격적인 대내외 정책에 국내 산업계 흔들
자동차·철강·반도체 먹구름…희망찬 조선업계 희비 교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행사에서 대대적인 무역 관세 부과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행사에서 대대적인 무역 관세 부과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100일간 우리 산업계는 관세 압박, 환율 상승, 탄핵 정국 등 트리플 악재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이미 예견된 슈퍼 관세 조치에 탄핵 정국으로 외교 리더십을 잃은 상황에서 대처도 못 했다. 불안한 정국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인한 직격탄도 맞아야 했다.

29일(현지 시각)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 교역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 모드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취임식 당일부터 2000여 개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하며 미국 우선주의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사이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며 환율이 상승하는 등 홍역을 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대내외 정책은 8년 전 1기 때보다 더욱 공격적인 동시에 속도 또한 빨라져 세계의 경제·안보 질서를 순식간에 대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우리의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샌드위치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파워 게임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영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을 최대 경영변수로 판단하고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음에도 25%의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피해 가지 못했다. 철강업계 역시 25% 관세를 적용받으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재계 3위와 5위인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손을 잡고 미국 현지 생산라인 구축이라는 묘안을 택하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는 별도 관세를 검토 중이라 아직은 안전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와 반도체 모두 우리나라 수출 품목 1, 2위를 차지하는 만큼 이에 대한 민관 공동의 노력으로 무관세나 유예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책적 지원 없는 기업의 민간 외교가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평가다. 뒤늦게 우리나라도 협상단을 꾸려 정부와 재계가 원팀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 행정부와 만남을 가진 우리나라는 상호·품목별 관세 면제나 관세 유예를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한·미 양측은 이번 주부터 양국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우리 정부는 작업반도 구성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안보 전략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에서 진행될 협상의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도 있다. 미국이 해군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조선 분야는 대호황을 맞이하게 됐다. 미국에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막대한 국방예산으로 우리 기업의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지난해 인수했고,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조선업체를 방문할 계획이다. HD현대도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진출 등을 통해 미국과의 협업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요구하고 있어 리스크를 떠안을 우려도 있다. 현행 외교 수장으로 꼽히는 한 총리가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