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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곡물 무기화 몽니’ 이후 아프리카에서 나타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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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곡물 무기화 몽니’ 이후 아프리카에서 나타날 변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푸틴은 기근 우려에도 불구하고 흑해 곡물 거래 재가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공개 발언을 했다. 당분간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 이는 세계 곡물 시장의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과 비료 수급을 위해 모스크바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굴종적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경제 및 인도주의 포럼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개발도상국 기근을 막기 위해 고안된 유엔 중재 조약에 재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흑해 곡물 거래를 연장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거부 이유를 자유 진영의 탓으로 돌렸다. 서방 국가들이 대량의 수송품을 받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가 “더 공정한 자원 분배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그는 초청한 아프리카 정상들을 향해 “앞으로 3~4개월 안에 우리는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및 에리트레아에 각각 최대 5만톤의 곡물을 제공할 준비가 될 것이다"라며 "이런 화물의 무료 배송도 보장할 것”이라고 식량 위기의 불안을 달랬다.

아프리카 연합은 모스크바에 흑해 운송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격렬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 도달하고 부족을 피할 수 있도록 고안된 흑해 곡물 거래를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55개 회원이 가입된 아프리카 연합을 이끄는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은 “곡물과 비료 문제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라며 “합의를 다시 시작할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푸틴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이들의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당분간 협상의 진전은 어렵고 기근의 위기에 노출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곡물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모스크바와의 일회성 거래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자유 진영의 반격“푸틴을 믿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포럼에서 아프리카의 오래되고 충성스러운 많은 동맹국에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이 회의에는 당초 55개 회원국 정상들이 초청되었지만 1차 회의 당시 국가 원수나 총리급의 정상들이 참석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17명 정도만 정상이 참석하고 나머지 국가는 정상급이 참석하지 않았다.

푸틴은 이들에게 당장 급한 곡물과 비료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회유하고, 이 지역 권위주의 통치자들의 권력 지탱을 도왔던 바그너 그룹의 복귀를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사자 속출로 바그너 용병들은 상당수가 이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동했다.

미국과 EU 전략가들은 푸틴이 서방의 제재에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이후 이번에 나토의 회원 확대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강화를 결의하자 곡물을 무기화하려는 것으로 진단했다.

바그너 용병들의 아프리카 권위주의 지배 국가로의 복귀도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 지지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평가했다.

미국과 EU 지도자들은 일단 러시아의 곡물 무기화는 세계 식량 시장에 큰 변동을 촉발할 것으로 보면서도 아프리카 정상들에 푸틴의 거짓말과 위협에 굴복하지 말고, 저항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필요로 하는 것을 더 이상은 제공할 수 없으며, 자유 진영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현재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2018년 9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프리카 국가에 6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교량, 철도, 항구, 경기장 형태로 대륙 곳곳에 건설, 운영되고 있다.

푸틴은 위협받는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2019년 소치에서 1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경제력에서 중국을 능가할 수 없었다. 크렘린궁은 125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체결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였다.

일부 협정은 기존 무기 거래를 강화한 것이었다. 30개 이상의 국가와 “군사·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주로 권위주의 국가에 러시아의 용병과 군사 무기 지원을 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의 1%만을 차지한다. 더욱이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유럽 연합의 아프리카 교역량의 5%에 불과하고, 중국 교역량의 6%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보다 5배 더 많은 수입을 하고 있다. 120억 달러의 무역 불균형을 감내하고 있다.

2019년 10월 러시아는 5년 안에 아프리카와 무역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경제는 어렵다. 아프리카를 도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제재도 받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필요한 건축, 제조 및 건설 외에도 미래 에너지 수익 및 군수산업 공급망을 원활하게 제공할 수 없다. 러시아는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프리카에 무기 수출을 할 여력도 없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월 일본에서 3일간 G7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국이 “제재를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차단하려는 전 세계적 노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 진영은 이런 점을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상세히 설명한다.

2022년 12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아프리카 정상 및 고위급 대표 49명을 초청해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미국은 3년간 550억 달러를 지원을 약속했다. 아프리카 국가연합인 아프리카연합이 G20 회의체에 가입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안보와 경제 협력, 기후변화 대응 등에 관해 아프리카 쪽과 협의했다.

당시 바이든은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하겠다”라고 구애했으며, 이후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미국으로 돌아섰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이 600억 달러를 지원 약속했지만, 코로나와 중국 경제 후퇴로 이 약속이 지연되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자유 진영의 투자와 지원 약속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EU 외교 정책 책임자인 조셉 보렐은 러시아 의존이 자국의 권위를 실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가 소위 동맹국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푸틴 대통령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릭스 정상회담 참석을 고집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몇 달 동안 국내 갈등 등 딜레마에 직면한 사실을 거론했다. 결국, 푸틴은 참석이 어렵게 됐다.

또한,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 거래에 러시아의 협정을 거부함으로써 아프리카 식량 인플레이션과 기아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푸틴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점을 거론했다.

특히, EU 지도자들은 2019년 10월 아프리카연합과 러시아는 '유엔 헌장의 원칙과 규범을 포함한 국제법 강화'를 위해 협력하는 MOU를 체결했지만, 불과 16개월 후에 그 헌장을 위반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아프리카를 경제 위기에 빠뜨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 진영은 UN에서 러시아 제재에 대해 표결할 때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인 기권이나 반대를 지켜보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 방관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 노력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러시아가 초청한 아프리카 국가 정상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참하고 대리인을 보냈다.

브릭스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푸틴의 8월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 불참을 요청했다.

이번에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해 가장 절실한 곡물과 비료 문제에서 러시아가 이를 무기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기대에 실망을 주었다.

자유 진영과 세계식량기구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경우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으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정치적 불안이 폭발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자유 진영이나 중동 부유국,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이 식량 원조에 나서면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지탄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